부동산 부동산일반

[가팔라지는 집값 오름세]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급속 재편… "이전 대책때와 분위기 달라"

강북권도 들썩… 재건축 제외 이달 첫주 0.06%↑

단기 급등보단 저가매물 위주 계단식 오를듯

매수자 불안감 여전… 관건은 경기회복 여부

''9·1 부동산 대책'' 이후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살아나면서 매물 철회, 거래 취소 등 집값 상승기의 전조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실거래가격이 5,000만원 가까이 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전경. /서울경제DB



"이전 대책 발표 때와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릅니다. 이전 같으면 조금만 호가를 올려도 매수세가 주춤해졌지만 지금은 가격이 올라도 매수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요. 얼마 전까지 집을 못 팔아서 고민하던 집주인들이 오히려 거래를 꺼리고 있습니다."(대치동 A공인 관계자)

정부의 9·1대책 발표 직후 찾아온 추석 연휴로 잠시 숨을 골랐던 주택거래 시장이 다시 재개되면서 집값 상승 기대감은 오히려 더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거래시장에서는 전형적인 집값 상승기에 나타나는 현상들이 잇따르고 있어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6년간 이어져온 긴 침체에서 벗어나 호황을 맞는 게 아니냐는 섣부른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연휴 끝나면서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추석 연휴가 끝나고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면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변화는 매도자 우위 시장의 형성이다.

대책 발표 직후 강남권 재건축 추진단지를 중심으로 수천만원씩 올랐던 가격에도 매수세가 붙고 있는 상황이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의 경우 82㎡(이하 전용면적 기준)의 실거래가가 5,000만원 뛴 것을 비롯해 76㎡·81㎡ 역시 평균 2,000만원 오른 가격에 실거래가 성사되고 있다.

대규모 저층 재건축 추진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강남구 개포지구 내 아파트들도 추가분담금 문제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시영아파트를 제외하고는 단지별로 500만~1,000만원씩 일제히 가격이 올랐다.

개포동 C공인 관계자는 "이미 대부분 단지의 사업계획이 구체화돼 불확실성이 제기된 곳인 만큼 투자자들의 발걸음도 비교적 활발하다"며 "오히려 매도자들이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거래에 소극적인 모습"이라고 전했다.


매도자 우위를 보여주는 또 다른 움직임은 잇따른 거래 취소다. 정부 재건축 연한 단축의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일대에서는 그동안 쌓여 있던 급매물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면서 호가도 3,000만~5,000만원 정도 뛴 상태. 특히 매수세가 꾸준히 이어지자 일부 집주인들은 계약 성사 직전 호가를 수천만원씩 끌어올리거나 아예 매물을 철회하면서 거래가 무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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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S공인 관계자는 "매도자가 계약 직전 거래를 취소하는 것은 그만큼 집값 추가 상승에 대한 확신이 커졌다는 의미"라며 "매수자만 나타나면 팔겠다던 이전의 분위기와는 180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강북권으로 번지는 회복 기대감=9·1대책의 혜택이 강남권 재건축에 집중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석 연휴 이후 가격상승 기대감은 일반 아파트와 비강남권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부동산114의 조사 결과 재건축 추진단지를 제외한 서울지역 일반아파트는 지난달 말과 이달 초 각각 0.05%와 0.06% 가격이 오르면서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마포의 경우 7·24대책 발표 후에는 관망세가 강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거래가 조금씩 이뤄지는 모습이다. 신공덕 래미안1차 84㎡는 주로 5억5,000만원 안팎에 실거래가 이뤄졌지만 이달 들어서 5억6,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매수자들의 눈높이도 이 정도 가격선이지만 집주인들이 가격을 더 높이고 있어 거래가 눈에 띄게 늘지는 않는 모습이다.

목동과 함께 재건축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노원구 상계동도 비슷한 분위기다. 이 지역 보람아파트 79㎡는 이전 2억9,000만~2억9,500만원 선이었지만 현재는 3억2,000만원 안팎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상계동 L공인 관계자는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 모두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일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는 투자 수요까지 가세했지만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면서 아예 거래가 가능한 수준의 매물이 사라지면서 계약은 다소 주춤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거래가 늘고 실거래가격이 상승하면서 집주인들이 일단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가격을 올린 후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고 있다"며 "9·1대책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었던 일반 아파트에서도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경기 회복 여부=일선 중개업소들은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한 상태에서 호가가 크게 오른 만큼 9월 한 달간은 매도-매수자 간 힘겨루기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개포동 M공인 관계자는 "7·24대책 이후 호가를 올린 매물은 지난달 동안 거래가 이뤄졌고 이제부터는 추가로 호가를 올린 매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의 가격 차가 3,000만원 이상 벌어졌는데 시간이 지나면 격차가 적은 매물부터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거래가 늘고 가격이 뛰기보다는 당분간 최저가 매물이 소진된 후 그보다 조금 높은 가격대 아파트가 순차적으로 팔려나가는 '계단식'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분위기가 예전보다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매수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존재하고 특히 부동산 침체기를 겪으면서 가격 상승에는 한계가 있음을 학습한 상황이기 때문에 예전과 같이 급격한 가격 상승과 거래 증가는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앞으로 경제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 이상 거래량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고 이에 따라 가격도 상향 조정될 것"이라며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닌 만큼 과열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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