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새벽 포스코 본사 점거를 풀고 해산한 포항건설노조원들은 지난 8일간 어떤 생활을 했을까? 이날 농성장을 떠난 한 노조원은 "컵라면과 초코파이가 많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들로 매 끼니를 이으려니 말이 아니었다"고 점거 8일간 생활의 일단을 전했다.
그는 또 "경찰이 물을 넣어주긴 했지만 라면을 끓일 수 있을 정도였을 뿐"이라며 "계속 라면과 초코파이만 먹고 찬 바닥에 자는 바람에 다들 심한 설사로 고생했다"고 말했다.
어떤 노조원은 "하는 일 없이 잠만 잤다"고 털어놓으며 "옥상에 올라 노래부르고 팔을 흔들 기운도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고, 또 다른 노조원은 "담배가 없었던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담배만 있었다면 더 오래 점거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아픈 노조원들이 많았는데 '아프다'며 농성장을 떠나려고 했을 때 집행부가 강제로 못 나가도록 했다고 자진 해산한 상당수 노조원들은 입을 모은다.
또 몰래 나가는 노조원들이 생기자 집행부는 사수대와 실천단을 구성해 건물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길목을 지키게 해 20일 새벽에는 아래로 내려오던 한 노조원이 사수대의 파이프에 머리가 찢어져 피를 흘리며 1층 로비에 나타나기도 했다.
21일에도 아래로 내려 오려던 노조원들은 길목 길목을 파이프를 들고 지키는 강성 노조원들을 피해 배관 구멍, 서류 운반용 엘리베이터 속을 기어내려 와야 했다.
노조원들이 점거를 풀고 내려가기 시작하자마자 일부 집행부 요원들도 함께 밖으로 나와 한 노조원은 "배신당한 느낌"이라며 "대세가 기운다고 그렇게 행동할 거면서 왜 그렇게 못 내려가도록 막았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