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故 정주영회장 10주기] 범현대가로 되돌아온 기업들

'그룹의 모태' 현대건설 10년만에 다시 품안으로<br>종합상사·오일뱅크 등도 계열로 편입

정주영 명예회장이 타개한 후 5개월 만인 지난 2001년 8월 현대건설이 채권단 관리에 들어갔다. 한 해 전 불거진 현대그룹 유동성 위기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로 그룹의 모태가 계열에서 분리되는 아픔을 겪게 된 것. 현대건설은 1947년 창립돼 그룹 성장의 발판이 된 것은 물론 국내 건설의 산증인이었기에 현대가(家)의 상실감은 더욱 컸다. 그리고 정 명예회장의 10주기를 앞둔 8일 현대차그룹이 채권단 간의 현대건설 인수 본 계약을 체결하며 '집안'을 떠나 있던 현대건설을 장자인 정몽구 회장이 10년 만에 그룹의 품 안으로 편입했다. 현대건설 인수과정에서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과의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양측은 정 명예회장의 10주기를 즈음해 화해를 모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채권단 관리 아래서도 현대건설은 자구노력에 총력을 기울여 지난 2009년에는 6년 만에 시공능력평가 1위를 탈환했다. 지난해에도 시공능력평가 1위를 기록, 국내 최고 건설업체라는 명성을 확고히 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글로벌 고부가가치 종합엔지니어링 선도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20년 수주 120조원, 매출 55조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다는 방침을 세웠다. 아울러 현대건설 인수를 계기로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자동차-철강-건설을 3대 축으로 재구축한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이 밖에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오일뱅크도 범현대가로 다시 돌아왔다. 두 기업을 품에 넣은 곳은 현대중공업. 1976년 설립된 현대종합상사는 2000년 국내 첫 250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하는 등 대표적인 종합상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현대건설과 같은 시기에 경기 불황의 여파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2003년 9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6년 동안 채권단 관리에 있던 현대종합상사를 현대중공업이 인수합병(M&A)을 통해 계열로 편입시켰다. 2009년 9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중공업은 같은 해 12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며 현대종합상사의 새 주인이 됐다. 만만치 않은 우여곡절을 거친 후 현대가로 되돌아온 또 다른 기업이 현대오일뱅크다. 1993년 현대그룹은 극동석유공사를 인수, 현대정유로 출범시켰지만 1999년 수익성 악화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결국 부채 급증으로 IPIC(아랍에미리트 국영석유투자회사) 측에 신주 발행 방식으로 지분 50%를 양도, 2000년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됐다. 당초 현대중공업이 지분을 다시 매입할 권리가 있었지만 IPIC 측이 이에 불응하면서 2년5개월여간의 지루한 법정공방이 벌어졌다. 마침내 2010년 8월 현대중공업의 승리로 현대오일뱅크가 계열에 편입됐다. 이처럼 현대가를 떠났던 옛 계열사들의 재편입은 2008년 1월 정 명예회장의 동생인 고 정인영 회장의 한라그룹이 만도를 다시 인수하면서 물꼬를 텄다. 한라그룹은 1996년 재계 12대 그룹으로 성장했지만 외환위기와 함께 부도나면서 그룹 모기업이라 할 수 있는 만도는 외국 자본에 매각됐다. 한라그룹은 만도 인수 당시 외국계 사모펀드 등의 세력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대기아차와 현대중공업의 지원에 힘입어 인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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