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그린재킷 놓친 두 남자 "두 번 실수는 없다"

쿠차, PGA RBC서 20m 벙커샷 버디 '기적의 역전승'

히메네스, 사흘내내 선두로 시니어 무대 '화려한 신고식'

두 번 실수는 없었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에서 마지막 날 부진으로 우승을 놓친 맷 쿠차(36·미국)와 미겔 앙헬 히메네스(50·스페인)가 일주일 만에 나란히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아쉬움을 털어냈다. 쿠차는 2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헤리티지 대회에서 개인 통산 일곱 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히메네스는 PGA 시니어 투어 데뷔전 우승을 삼켰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나비스코 챔피언십 준우승 뒤 지난 20일 롯데 챔피언십을 제패한 미셸 위(25)까지 메이저 왕관을 아깝게 놓친 선수들이 분풀이라도 하듯 잇달아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메이저 대회 우승 경쟁의 중압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기적의 벙커 샷…역전극의 완성=쿠차는 마스터스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 버바 왓슨과 조던 스피스(이상 미국)에 1타 뒤진 공동 3위에 올라 첫 그린재킷을 노렸다가 최종일 3타를 잃고 공동 5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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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C헤리티지에선 달랐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튼헤드의 하버타운 골프링크스(파71·7,101야드)에서 열린 최종라운드. 쿠차는 선두 루크 도널드(잉글랜드)에 4타나 뒤진 공동 7위에서 시작했으나 7타를 줄이는 '불꽃타'로 1타 차 역전 우승(최종합계 11언더파 273타)을 이뤄냈다. 전반에만 6타를 줄이며 맹추격전을 펼친 뒤집기 쇼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18번홀(파4)이었다. 공동 선두였던 쿠차는 잘 맞은 5번 아이언 샷이 그린 앞 벙커에 빠져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약 20m 거리의 벙커 샷이 그린에 떨어진 뒤 5~6m를 굴러 그림처럼 빨려 들어갔고 쿠차는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먼저 경기를 끝낸 그는 도널드가 마지막 홀에서 친 회심의 35m 칩샷이 홀을 빗나가 우승이 확정되자 또 한번 환호했다.

지난해 6월 메모리얼 토너먼트 이후 10개월 만에 투어 통산 7승째를 거둔 쿠차는 우승 상금 104만4,000달러(약 10억8,000만원)를 챙겼다. 반면 2012년 무렵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던 도널드는 최근 이 대회에서 6년 동안 준우승 세 차례를 포함해 5번이나 3위 안에 들면서도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재미교포 존 허(24)는 공동 3위(9언더파), 최경주(44·SK텔레콤)는 공동 31위(이븐파)로 마감했다.

◇화려한 신고식…'시니어 우즈' 예고=히메네스는 올해 마스터스에서 4대 메이저 대회를 통틀어 최고령 우승 기대를 부풀렸으나 단독 4위로 마쳤다.

50세에 접어들어 시니어 투어(챔피언스 투어)에 합류한 그는 첫 대회부터 정상에 올랐다. 그것도 사흘 내내 선두를 달린 끝에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장식했다. 히메네스는 이날 조지아주 덜루스의 슈가로프TPC(파72)에서 끝난 그레이터 그위넷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5개로 5언더파 67타( 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를 기록, 베른하르트 랑거(독일·12언더파)를 2타 차로 따돌렸다. PGA 투어에서는 '노익장'을 과시하다가 챔피언스 투어에 '새내기'로 참가해 루키 시즌에 두각을 드러내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데뷔전부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한 선수는 로드 펀세스(1983년), 브루스 플리셔(1999년) 등 역대 2명뿐이었다. 청년 선수들과 메이저 우승을 다툰 히메네스가 '챔피언스 투어의 타이거 우즈'로 활약할 것인지 관심을 모은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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