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백덕현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부문 사장

"스마트 소비로 명품시장 지각변동…한국도 명품 키워야"




블루오션 中아웃도어시장 공략 가속… 2년내 매장 수 노스페이스 추월 자신
"국적보다 이기는 방법 찾는 것이 현명, 작은 기업 집어삼켜 대어로 만들것
"즐겁게 일해야 모두 성장" 행복경영… '상상버스' 운영 창조적 인재 육성
"지금까지 명품이라고 했던 것들이 다 무너질 수 있습니다." 지난 20일 과천 코오롱 본사에서 만난 백덕현(사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사장은 이 같은 말로 패션업계 지도의 변화를 예고했다. 신규 유럽 브랜드들이 쏟아져 패션산업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선택의 폭이 넓어진 소비자들이 지금까지의 맹목적인 구매행태를 버리고 스마트 소비로 발전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는 곧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며 현명한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던 명품업계가 오히려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지 않겠느냐는 견해다. 그는 또 "더욱 중요한 것은 한국도 명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신규 브랜드를 만들든,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든 패션 본고장인 유럽 진출을 통해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 사장은 "지난달 중순 10년 만에 패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열린 세계적인 남성 패션 박람회 '피티 우오모'를 다녀왔다"며 "전세계 700여개의 패션 관련 업체와 7만명 이상의 패션업계 관계자들이 찾는 이 곳에 다녀온 후 느끼는 것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2년 전에만 미리 나갔어도 지금 유럽에 부는 K팝 열풍을 활용한다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을까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준비를 안해서 기회를 못 잡았다"고 진솔한 고백을 하며 "내년 1월 유럽 전시회에 코오롱 캠브리지멤버스와 커스텀멜로우 등 2개 남성 브랜드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K팝 유행이 그때까지 지속된다면 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우선 올해는 중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국내 패션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한 반면 중국시장은 블루오션이라는 판단에서다. 현재 38개 매장을 올해 말까지 50개로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유통망 확보를 시작으로 시장공략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특히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에 투자해 현재 베이징 북쪽 지역에 집중된 매장을 2년 내에 백화점 유통망을 중심으로 중국 전역으로 늘려 지금보다 10배 늘어난 500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그는 "중국 내에서도 아웃도어 열풍이 불고 있다"며 "우리 제품이 중국에 진출한 지 10~15년 된 노스페이스나 컬럼비아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색감도 다양해 화려함을 추구하는 중국인들의 취향에 적합하다. 이들이 400개 정도의 매장을 갖고 있는데 품질과 가격 면에서 손색이 없는 코오롱스포츠가 매장 수만 충분히 확보한다면 성공이 담보된 게임"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세를 몰아 코오롱FnC는 적극적인 글로벌 M&A를 통한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국가적으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를 필두로 유럽 전역에서 브랜드와 품질은 우수하지만 재무상태가 불안한 작은 기업들이 타깃이다. 10~15년 후 막강한 브랜드력을 갖출 수 있는 장래 유명한 중국 브랜드 역시 물망에 올라 있다. "토종이냐, 외국 브랜드냐를 구분하기보다 같이 경쟁해서 이기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합니다. 루이비통ㆍ제나 등에 비해 역사는 뒤지지만 감성과 같이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것을 찾아가면 머지않아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입이다. 작은 기업들을 집어 삼켜 대어로 키울 생각입니다. 외국 기업들이 보기에 우리 한국 기업들이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지금까지 어렵게 하지 않았나 반성을 해봅니다." 지난해 패션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코오롱FnC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15~20%가량 늘어난 1조3,000억~1조4,00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신사복의 고급화를 통해 지난해 인수한 캠브리지멤버스의 실적이 개선됐고 헤드의 베어풋 운동화가 대박을 터뜨렸다. 커스텀멜로우의 매출 역시 매년 2~3배씩 늘고 있다. 과거 맨스타의 구식 이미지를 벗기 위해 이민정ㆍ이승기 같은 젊고 핫한 인기 탤런트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코오롱의 이미지가 점차 젊어지고 있는 것도 그 이유다. 코오롱FnC가 고속성장한 배경에는 역시 백 사장의 특출한 리더십이 자리한다. 조타수가 방향을 잡지 못하면 배가 산으로 가듯, 역시 성장하는 기업의 리더는 다르다. 백 사장은 '행복경영'을 추구한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해야 개인도, 회사도 성장한다는 지론이다. 그는 과장 때부터 그런 말을 했다.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개인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라고. 직원들의 행복과 감성과 창조성을 높이기 위해 백 사장은 올 초 취임하자마자 매주 화요일 오후5시30분이면 '클린타임'을 지정해 온 직원이 대청소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반발이 심했던 직원들도 수장의 솔선수범에 감동했고 환경변화를 통해 업무능력이 개선되는 것을 맛보았다. 독창성이 최상의 가치로 꼽히는 종합패션기업으로서 직원들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한 달에 한 차례 '상상버스'도 운영한다. 딱딱한 사무실에서 벗어나 서울의 '핫 플레이스'를 투어하며 머리를 비우고 새로운 감성으로 채울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코오롱FnC가 원하는 인재상은 '창조적 자기완결형'이다. 한 마디로 스스로 판단해 능동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재를 말한다. 백 사장은 "틀에 박힌 시각으로 보면 문제가 발생한다. 거꾸로, 다르게 볼 수 있는 문제해결능력이 바로 창조성이며 책임을 가지고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바로 자기완결성"이라고 말했다. 행복을 추구하는 경영환경 속에 '창조적 자기완결형' 직원들이 코오롱FnC의 미래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백 사장을 비롯한 1,000명의 코오롱FnC 가족들은 자신의 회사가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다.
코오롱 하면 맨스타?…이젠 승기·효주가 입는 젊은 브랜드
'맨스타'로 노숙한 이미지였던 코오롱인더스트리FnC가 '영(Young)'해졌다. '코오롱스포츠'의 아웃도어 티셔츠를 입은 이승기와 이민정, 댄디한 정장을 차려 입은 '수트하우스'의 정용화, 스포츠 브랜드 '헤드'의 한효주. 모두 최근 FnC의 브랜드 모델로 활동 중인 영스타들로 젊은 고객들과의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는 FnC의 모습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다. FnC는 젊은 기업, 젊은 브랜드로의 변신이 한창이다. 지난 1973년 론칭한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는 이번 시즌 첫선을 보인 '트래블라인'을 통해 기존 코오롱스포츠의 이미지를 보다 젊고 캐주얼하게 바꾸는 데 성공했다. 프랑스 출신 디자이너 장 콜로나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탄생한 라인으로 보다 다양해진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새로운 개념의 아웃도어 라인이다. 신규 론칭한 커스텀멜로우는 '초식남'을 겨냥한 스타일로 재치 있는 디자인과 마케팅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평범한 듯 보이는 셔츠도 디테일한 디자인 포인트와 독특한 프린트, 패턴들이 이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냈다. 잡화 브랜드 쿠론 역시 패셔니스타를 비롯해 젊은 여성 고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내 FnC 측은 하반기 남성 라인의 론칭도 준비하고 있다. 젊은 고객과 소통하는 마케팅도 눈에 띈다. 코오롱스포츠는 매년 '청소년 오지탐사대' '에코 리더십 캠프' '청산리 역사대장정'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젊음의 열정을 응원한다. 커스텀멜로우는 문화그룹들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쿠론은 마니아들로 구성된 '쿠로니스타'를 적극 활용한 제품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눈앞 이익보다 미래 본다" 똘똘한 후배 키우기 총력
■백 사장은 7년간 中시장 공략 기틀 다져… 건강위해 시작한 국선도 마니아 백덕현 사장은 지난 1977년 코오롱상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백 사장은 ㈜코오롱과 FnC코오롱이 합병해 코오롱인더스트리FnC로 재출범하기 전인 2001년에 상무로 FnC코오롱 대표이사를 맡았다. 전무를 끝으로 2003년 9월까지 대표이사를 맡아오다 건강이 악화되면서 그는 잠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국선도 마니아로 알려진 그의 국선도 사랑은 이때 시작된 것이다. 백 사장은 "명상을 통한 단전호흡은 몸을 추스르는 것은 물론 생각을 버리고 정리하고 다져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심신 단련은 물론 새로운 경영 영감을 떠올릴 수 있어 지금도 꾸준히 도장을 찾고 있다. 건강을 회복한 백 사장은 2004년 10월 중국 상하이법인장으로 다시 코오롱에 합류해 2010년까지 7년간 중국시장 경영의 기틀을 다졌다. 중국 사업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코오롱FnC의 대표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의 철저한 현지 전략을 마련했고 기존 전사조직으로 있던 베이징법인을 코오롱스포츠로 귀속시켜 올해부터 중국시장 공략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하반기까지 대대적인 유통망을 확보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얼마 전 진행한 2011 F/W 컬렉션에 중국 언론인들을 초청해 화려한 아웃도어 라인을 선보이며 시장공략의 시동을 걸었다. 글로벌시장 진출은 마라톤같이 호흡이 긴 프로젝트다. 지금의 코오롱FnC는 백 사장의 혜안이 있어 가능했다. 그는 당장 보이는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는 "중국에서도 7년 있는 동안 계속 적자가 나더니 내가 돌아오자 흑자가 됐다"면서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먼 미래를 바라본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그가 천착한 것은 '교육을 통한 후배 양성'이다. "적자가 계속되던 시절, 회사에 무언가를 돌려줘야 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다 찾은 게 내 후배를 나보다 똑똑하게 키우면 지금보다 더 좋은 회사가 되지 않겠냐는 것이었지요. 이익을 덜 내도, 칭찬을 안 받아도 좋으니 공부하고 또 공부하라고 교육했습니다." 이렇듯 막강한 맨파워 덕분에 코오롱FnC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잠재력도 이 맨파워에서 나온다. 약력 ▦1951년 경기 파주 ▦1970년 서울 용산고 졸업 ▦1977년 연세대 행정학과 졸업 ▦1977년 코오롱상사 입사 ▦2001년 FnC코오롱㈜ 대표이사 ▦2004년 FnC코오롱㈜ 상하이법인장 ▦2011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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