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황에 강한 세계일류 기업]에릭슨

'10년앞선 통신기술' 위기극복 원동력'에릭슨이 걸어 온 길은 그 자체가 세계 정보통신시장의 역사다'이는 세계 정보통신 전문가들이 에릭슨에게 내리는 한결 같은 평가다. 1876년 창립자인 라스 메그너스 에릭슨이 전신장비 수리업체를 설립한 후 125년 동안 오로지 통신분야 한 우물만 파 온 기업이 에릭슨이다. 전세계 통신장비의 40%를 공급하는 시스템 장비 1위 업체이면서 이동전화 단말기에서는 세계 3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2,700억 크로네(한화 기준 37조원)의 매출을 올렸고 전세계 직원들이 10만 여명에 이른다. 에릭슨 창업자에 대한 스웨덴 국민의 애정은 각별하다.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벨과 같은 시대를 산 에릭슨은 벨 전화기를 분해, 원리를 터득한 뒤 자체 전화기를 개발했다. 또한 코드식 교환대를 최초로 스톡홀름에 설치했다. 에릭슨은 19세기 후반 일부 고위층의 특권으로 인식되던 전화를 모든 사람들에게 이용케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교환기와 전화를 널리 보급했다. 에릭슨 창업자가 기업인으로서 스웨덴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는 나이가 들자 지분을 스웨덴 최대 은행인 SEB에 넘기고 시골농가로 돌아가 여생을 보냈다. 자식들에게는 단 한 푼도 물려주지 않았던 것. 오늘날 한국의 재벌들이 부를 세습하는 형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에릭슨 창업자의 경영 철학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에릭슨은 전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나은 통신 수단을 제공키 위해 연구개발(R&D)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이것이 곧 에릭슨의 힘이 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에릭슨은 매출의 15~20%에 이르는 비용을 R&D에 쏟아 붇고 있다. 에릭슨에게도 수 차례 위기가 있었으나 그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계기도 R&D 투자 덕분이었다. 에릭슨은 이미 80년대 초반 향후 통신장비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을 예상, R&D 투자비를 획기적으로 끌어 올렸다. 그 결과 89년 개발된 디지털전화이동시스템은 미국의 표준 규격으로 채택되고 미국 이동통신의 4분의 1정도가 에릭슨 시스템에 연결되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다. 90년대 초반 스웨덴이 경제 위기를 겪었으나 에릭슨은 이미 오래 전부터 통신분야에 집중했기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타격이 작았다. 에릭슨이 전세계 연구소와 제휴, 대학에 보유하고 있는 연구 인력은 2만7,000여명을 헤아린다. 이 지원 세력은 항상 10년간 앞선 기술을 선보이며 세계 통신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3세대 서비스 개시를 아직 몇 년 앞둔 시기에 벌써 4세대 장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정보기술(IT) 시장 불황으로 에릭슨도 현재 1만2,0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감원을 추진 중이지만 R&D 인력 만큼은 한명도 줄이지 않은데서 '미래에 대한 준비 자세'를 읽을 수 있다. "125년의 역사를 가진 기업이 신생 업체에게 세계 시장을 몽땅 내 줄 수 있는 게 통신시장"이라며 에릭슨의 구너 릴리예그랜 전략개발 팀장은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발 빠른 사업 전략도 에릭슨의 성공 비결로 꼽을 수 있다. 일찍이 80년대부터 유선 중심의 사업 기반을 무선으로 전환해 선도적 지위를 확보했다. 사업 방향을 에릭슨의 이동성과 인터넷, 그리고 두 가지를 결합한 무선인터넷으로 설정했다. 표준형ㆍ개방형 시스템을 강조해 온 사업전략 덕분에 에릭슨이 제시하는 기술은 전세계 10대 이동통신 사업자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에릭슨은 지식 이전을 통해 세계 통신시장에 기여하고자 하며 이것을 비즈니스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실제 에릭슨은 세계 무대에서 IMT 2000, WAP, 블루투스 등의 이동통신 기술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에릭슨의 스웨덴 내 매출은 전체 매출의 3%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 기업 에릭슨'의 위상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 세계 140개국에 단말기를 수출하고 있으며 23개국에 연구소, 8개국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다. 전세계 무대로 비즈니스를 펼쳐 스웨덴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세계 유수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역량 축적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일본 소니와 이동전화기 및 동영상 단말기에서 협력키로 했으며, 미국의 투자금융회사인 메릴린치와는 무선 인터넷 벤처캐피탈을 설립하기도 했다. 11세기 유럽을 호령했던 바이킹의 역사가 세계 통신시장에서 되살아 나고 있다. 한운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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