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4월11일] 국민·주택은행 합병

안 떼이기만 하면 돈장사만큼 수지맞는 장사도 드물다. 고수익이 보장된다는 것은 그만큼 누군가는 그 수익을 부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은행도 사실은 따지고 보면 나라로부터 허가받아 하는 돈장사다. 한때 우리 은행들은 고리대금업자 뺨칠 정도의 고금리로 서민들을 힘들게 한 적이 있었다. 물론 IMF라는 초유의 외환위기가 그 원인이었지만 없는 사람들은 턱도 없이 높은 살인적 이자에 허리가 휘었다. 기업들에는 수백억, 수천억씩 떼이면서도 서민들에게는 단돈 몇 백만원도 악착같았던 게 바로 우리 은행들이다. 매에 장사 없듯이 은행도 빌려준 돈 계속 떼이면 버티기 힘들다.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시중은행들은 부실을 털어내거나 덩치를 키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자구책 마련이 불가피했다. 국가경제적 차원에서도 투명성과 건전성, 시장 중심적 금융질서 확립을 위한 금융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이 절실했다. 2001년 4월11일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에 전격 합의했다. 이날 김상훈 국민은행장과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진통을 겪었던 존속법인과 주식교환비율 문제에 대해 극적으로 타협했다. 합병비율은 주택 1대 국민 1.6883의 비율로 주식을 교환해 합병하는 방식. 이로써 국내에도 총자산 165조원을 보유한 세계 60위권 초대형 은행이 탄생한 것이다. 두 은행의 합병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의 금융산업 구조개혁에 대한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한편으로는 다른 시중은행의 이합집산을 강요하는 촉매제로도 작용했다. 하지만 이후 외국계 금융자본의 국내 금융산업 진출이 봇물을 이루면서 외국자본의 한국 금융산업 지배라는 심각한 문제점도 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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