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맥주와 삼성중공업ㆍ대림산업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3사와 한 온라인 업체가 국세청과 5년 넘게 벌여온 ‘세금전쟁’에서 승리, 수십억원의 세금을 되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과세 당국이 이미 거래자료를 갖고 있고 마음만 먹으면 다른 방법으로 거래자료를 얻을 수 있음에도 납세자에게 추가적인 자료제출을 요구, 이를 이행하지 않자 가산세까지 부담하도록 한 법령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온 데 따른 것으로 과세 당국의 이른바 ‘행정편의주의’에 철퇴를 가한 셈이다.
7일 과세 당국에 따르면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송인준 재판관)는 하이트 등 4개 기업이 구 법인세법 41조 14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7대1의 의견으로 최근 위헌결정을 내렸다. 구 법인세법에는 당국이 이미 거래자료를 확보했음에도 다시 법인에 자료제출을 요구,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가산세를 부과하도록 규정돼 있다.
재판부는 “입법자가 보다 덜 제한적인 방법을 선택하거나 아예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도 입법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데도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그 의무를 강제하기 위해 제재를 가한다면 이는 과잉금지 원칙의 한 요소인 ‘최소침해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위헌소송을 제기한 하이트는 지난 98년부터 2년간 18건의 토지ㆍ건물을 매각하고 그 중 1,640억원 규모의 물건(14건)은 계산서 미교부, 65억원(4건)은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를 제출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2001년 6월 계산서 미교부와 관련해 총 17억8,000만여원을 법인세로 부과했다.
국세청은 이 같은 이유로 하이트 외에 삼성중공업ㆍ대림산업 등 3개 대기업과 한 온라인 업체에 가산금을 부과했다. 국세청이 이들에게 요구한 세금은 총 20억5,000만여원에 이른다. 하이트 측은 서울행정법원에 관련 부과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인세부과처분의 근거 규정인 법인세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2002년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납세의무자가 따로 계산서를 교부하고 그 합계표를 과세관청에 제출하지 않아도 이미 부동산등기법 등에 의한 과세행정 메커니즘에 따라 거래자료가 전부 수집되고 있다”며 “국세청이 자료의 분류 내지 복잡성을 이유로 납세자에게 부과적으로 자료를 제출하게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매도액의 1%에 해당하는 가산세를 물리는 것은 지나치게 행정편의주의적인 규율”이라고 지적했다.
헌재의 이번 판결은 특히 최근 과세 당국이 징벌적 가산세 도입 등 가산세 관련 제도 전반의 개선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