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보유액은 1년전보다 20% 이상 줄고 CP 등은 60% 이상 늘어
올들어 대기업들이 실적 호전으로 늘어난 유동성을 단순한 현금 대신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2ㆍ4분기 반기실적보고서를 공개한 시가총액 상위 기업 가운데 금융관련 기업을 제외한 20개 상장사의 현금 자산성 자금 규모는 15조1,336억원에 달했다. 이는 1년 전(19조204억원)보다 20.4%가 감소한 것이다. 현금자산성 자금 가운데는 일반 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이 포함된다.
반면 양도성 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정기예금 등 1년 미만의 단기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개 상장사의 단기금융상품 보유액은 지난해 2ㆍ4분기 11조2,976억원에서 지난해 말 15조884억원으로, 올 6월말에는 18조1,334억원으로 늘었다. 1년 만에 무려 60.5%나 증가한 것이다.
특히 포스코는 단기투자상품 보유액이 지난해 6월말 3조7,521억원이었지만 올 6월말에는 6조2,575억원으로 2조5,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이 회사의 현금 및 현금자산성 보유액(2,175억원)보다 30배나 많은 것이다. 현대차도 4조228억원에서 5조9,577억원으로 뛰어 2조원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대기업들이 현금은 줄이면서 단기투자상품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은 실적 호전 등으로 늘어나는 유동성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565개사의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4%나 급증하면서 30조원을 넘어서는 등 현금이 계속 쌓이고 있어서 이에 대한 활용방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가 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주식시장의 불확실성 증폭 등이 겹치면서 주식과 같은 투자수단 보다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에 현금을 굴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의 한 기업자금 담당 관계자는 “최근 유동성이 풍부해진 기업들이 과도한 현금 보유수준을 적절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적극적인 사용전략을 시도하고 있는 추세”라며 “특히 적어도 3ㆍ4분기까지는 수익성이 좋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등 현금 증가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기업들의 단기 상품 투자는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기업들이 현금을 손에 들고 있어도 내년 이후 경기에 대한 확신이 없고, 부동산ㆍ증시 역시 마땅한 투자처로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어느 정도의 안전성은 확보하면서도 필요할 때 단시간 내에 현금으로 환원할 수 있는 단기상품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