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칼럼] 주파수 할당과 창조경제


통신업계에 주파수 할당이 핫이슈다. 롱텀에볼루션(LTE)주파수 추가 할당이 가시권에 들어와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20일 5가지 할당 방안을 공개하자 논란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1.8㎓인접 대역 할당을 놓고 이동통신사 간 설전이 치열하다. 이달 말 최종안이 정해지면 타당성과 유ㆍ불리를 놓고 또 한차례 격론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래부가 마련한 안은 옛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시한 3개안과 새로 만들어진 2개안을 더해 모두 5개안이다. 업계에서는 신규 2개안 가운데 하나가 최종 채택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KT가 보유한 1.8㎓ 주파수 인접 대역을 할당하지 않는 안과 인접 대역을 경매에 포함하는 안 등 두 가지 안을 동시에 경매에 부쳐 이통3사가 적어낸 총액이 많은 방안을 선택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 경우 주파수를 확보하려는 KT와 이를 막기 위한 SK텔레콤ㆍLG유플러스 간의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할당 대가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지만 사업자 간 과열 경쟁이 빚어질 수 있다.


치킨게임, 기업만 멍드는 주파수할당 방식

2년 전 이런 걱정이 현실로 나타난 적이 있다. SK텔레콤과 KT가 맞붙은 2011년 8월 주파수 경매는 83라운드까지 가는 '치킨게임'끝에 낙찰금액이 1조원에 육박했다. 낙찰가가 치솟은 것은 '동시 오름 입찰'방식이 적용된 영향이 크다. 단 한차례 입찰가를 적어내는 '밀봉 입찰'과는 달리 이 방식은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최고 입찰자가 낙찰될 때까지 입찰을 계속한다. 이번에 미래부가 제시한 5개안 가운데 4개(1~4안)는 오름과 밀봉 입찰을 섞은 혼합 방식이라는 점이 다르지만 먼저 50라운드까지 오름 입찰을 해야 하는 만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2년 전과 비슷한 양상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다만 유일하게 밀봉 입찰 방식으로 진행될 제5안이 최종안이 된다면 과열 가능성을 줄일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주파수 할당은 이통업계 입장에서는 회사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중대사안이다. 그래서 모든 업체가 기를 쓰고 달려든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결과에 따라 중장기 투자계획과 사업전략이 크게 달라진다. 때문에 경쟁사 견제를 위해 무리한 베팅도 마다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과열 경쟁한다고 이통사를 나무랄 수만은 없는 까닭이다. 이통사들이 주파수를 배분 받는데 돈을 쏟아 부으면 이는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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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시민단체 등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박기영 녹색소비자연대 그린ICT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경매제가 과열되면 지나치게 높은 낙찰가에 의한 '승자의 저주'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우 설비투자가 위축되거나 이용자 요금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파수 공동 사용 등 창조적인 해법 만들어야

지금의 주파수 할당 방식은 정부 외에는 누구도 즐겁지 않다. 정부만 신나는 주파수 할당은 정답이 아니다. 더 많은 할당 대가를 거두는 방법만 고민하지 말고 소모전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학계ㆍ연구단체 등에서 제시되고 있는 의견들은 참고할 만하다. 김창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장은 최근 방송통신학회 심포지엄에서 "주파수를 경매에 붙이는 것은 결국 기업을 제로섬 게임으로 내모는 격으로 주파수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적극 검토해 상생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국장도 "주파수 할당은 공공성이 가장 중요한 원칙인데도 이익추구 수단인 경매제를 통해서 결정하는 게 맞나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했다.

주파수 할당 논의에서 정작 통신 소비자는 소외된 채 정치논리가 개입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미래부는 지난주와 이번주 여ㆍ야 정치권에 주파수 할당 계획안을 보고했다. 이전의 주파수 배분 당시에는 없었던 이례적인 행보다. 이를 두고 그렇지 않아도 얽히고설킨 실타래가 자칫 정치권 개입으로 더 꼬이는 게 아니냐는 쓴소리도 들린다. 국회까지 끼어들면서 사공이 많아져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이제 정부, 업계와 소비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지혜를 구할 시점이다. 구습에 얽매이지 않는 발상의 전환을 통한 해법 찾기, 그게 바로 정부가 말하는 창조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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