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원할한 권력기반 구축엔 北·中 경협 필수… 中 종속 심화될 것"

[김정일 사망 이후] 北 경제 어디로…<br>中도 '안정된 북한' 원해… 양국 경협 더욱 확대 전망<br>中, 단순 위탁가공 지원 탈피… 중공업 투자·개발 사업 확대<br>北, 민족주의 색채 원로 퇴진… 친중파 對中개방 속도 낼듯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 사흘이 지난 22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을 찾은 관광객들이 경의선 철도·도로 등이 그려진 대형 유리창을 들여다보고 있다. /배우한기자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후 북한은 이듬해부터 '고난의 행군'에 들어선다. 국가 경제와 식량배급제는 붕괴했고 수백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북한이 한국과 수교한 중국과 갈등을 빚으면서 옥수수 반입이 끊기는 등 국제적으로 고립된 것을 핵심 이유로 꼽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 경제는 어디로 흘러갈까. 아직까지는 변화를 예단할 수 없지만 1994년의 상황과 달리 북중 경협 활성화와 함께 북한 경제의 중국 종속이 심화될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현 시점에서 북한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국가 원수 자리에 오른 김정은이 중국의 지지가 없이는 원활한 권력 이양을 이룰 수 없고 중국 역시 북한 체제가 붕괴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홍익표 대외경제연구원 박사는 "지난해 5ㆍ24조치 이후 남북 경협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김정일 체제가 선택한 마지막 정책 기조는 북중 경협 확대였다"며 "김정은은 체제 유지를 위해 아버지의 유지를 당분간 이어가며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4~5년간 남북 경협이 제자리걸음을 보인 것과는 달리 북중 경협 규모는 크게 증가해 둘 사이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2007년 북중 교역액(19억7,000만달러) 대비 남북 교역액(17억9,000만달러)은 90% 수준에 이르렀으나 2010년에는 북중 교역액 규모가 34억6,000만달러까지 치솟은 반면 남북 교역액은 19억1,000만달러에 그쳐 5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올해에는 10월 말까지만 봐도 북중 교역액(46억6,000만달러)이 남북 교역액(14억2,000만달러)의 세 배를 넘는다.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북중 교역 규모가 양적으로 확대된 것 외에도 질적인 변화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북중 경협은 단순 위탁가공이나 인도적 지원이 주를 이뤘으나 2000년대 후반부터는 중국의 본격적으로 접경지역에서 대북 투자 및 개발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북중개발사업지구로 꼽히는 나선특구에는 중국의 대표적인 자동차업체인 이치자동차가 생산공장을 세울 계획이고 발전소ㆍ석유화학 공장 등 중화학공업 분야에도 중국의 대북 투자가 본격화하고 있다. 또 하나의 북중 경제특구인 황금평 역시 김 위원장 사망 직전인 12월 초에 북한이 '황금평ㆍ위화도 경제지대법'을 제정하면서 개발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인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체제로 이어지면서 북한의 민족주의적 색채가 옅어지고 있다는 점도 북한 경제의 중국 종속이 심화될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북한 내에서 민족주의 색채가 강한 원로그룹이 밀려나고 친중파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대중 경제 개방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구조의 급격한 변화도 중국의 대북 경제개방 압력을 높이는 대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세계은행 등에 따르면 중국의 인건비는 매년 15~20% 정도씩 상승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오는 2015년까지 1조5,000억달러가 추가적으로 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장에 따른 빈부격차는 중국 정부의 최대 고민으로 더 이상 자국민들에게 싼 인건비를 강요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용철 지식경제부 남북경협팀장은 "중국 1인당 인건비는 이제 40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지만 북한은 아직 150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섬유산업 등에서 중국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하려는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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