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평등' 세계화는 이제 그만

'불평등' 세계화는 이제 그만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위험성 지적한 두 책 나와 1989년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졌다. 서구 자본주의 진영은 이제 체제 대결은 끝났다며 환호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는 끝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렇게 보였다. 동구권 국가들은 일제히 시장경제를 도입했고,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기존의 시장 통제적인 경제체제를 유지해온 아시아 국가들도 IMF체제를 겪으면서 시장 중심의 경제로 급전환했다.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물결이 지구촌을 휩쓸었다. 그렇게 10여년이 흘렀다. 그러나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225명의 재산을 합친 것이 지구 인구의 절반인 25억의 연간 수입 총액을 능가하는 극도로 불평등한 세상이다. 후쿠야마의 말과는 달리 이제 새로운 역사를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앤서니 기든스 등이 쓴 '기로에 선 자본주의'(박찬욱 등 옮김ㆍ생각의 나무 펴냄)은 불평등의 확대를 막는 새로운 세계화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니엘 싱어의 '누구를 위한 세계화인가'는 그런 땜질 처방은 곤란하고 인류 종말을 막기 위한 변혁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기로에 선 자본주의 앤서니 기든스ㆍ윌 허튼 편저 박찬욱 등 옮김 생각의나무 펴냄 '제3의 길'로 유명한 앤서니 기든스와 영국의 진보적 일간지 '가디언'의 편집장을 역임한 윌 허튼이 편저한 '기로에 선 자본주의'에서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세계화에 대한 견해들을 접할수 있다. 우선 세계화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들을 보자. 워싱턴 경제정책연구소 소장인 제프 폭스와 같은 연구소 부소장 래리 미셸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소득 불평등 문제'라는 글에서 세계화가 미국에서 직업 불안정 및 소득 불평등의 심화에 어떤 악영향을 미쳐왔는지 분석하고 있다. "강요된 경제적 통합은 시장 소득의 더 큰 불평등과 그와 같은 불평등을 안전망 같은 공공정책으로 상쇄시키는 능력의 저하로 이어졌다." 폭스와 미셸은 인류를 불행에 빠뜨리는 지금 같은 방식의 세계화는 그만둬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적 전망'의 편집자 로버트 커트너 역시 세계화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다. 거트너는 '세계 자본주의 경제에서의 정부의 역할'에서 거대기업들이 자유방임적인 가격 시스템을 왜곡하는 어떤 조치도 철폐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위험한 이데올로기를 만연시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반면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과 영국 언론인 폴리 토인비는 통제력을 상실한 전지구적 불평등 확산의 위험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세계화는 종교적ㆍ가부장적ㆍ사회적 독재에서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 책의 편저자 기든스와 허튼은 "현 체제는 창의성과 세계적인 부의 증진을 가져오는 원천인 동시에 모든 측면에서 대처하고 관리해야 할 리스크를 내재하고 있다"며 "18세기와 19세기 초 국민국가들 내부에서 일어났던 민주주의ㆍ자유ㆍ사회정의를 고양하는 대대적인 개혁이 세계적으로 재창출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대안이 없으므로 혁명이 아닌 체제 유지 속의 개혁을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누구를 위한 세계화인가 다니엘 싱어 지음 윤길순 옮김 살림 펴냄 '누구를 위한 세계화인가'(살림 펴냄)의 저자 다니엘 싱어는 이렇게 말문을 연다. "여러분은 유럽의 대량 실업과 미국 노동자의 빈곤에 반발을 느끼고, 부는 증가하는데 빈곤이 확산되는 모순과 가진 나라와 못가진 나라의 현격한 차이에 충격받고. 그래서 이에 저항하고. 그 체제에 의문을 던진다면 어김없이 듣는 대답은?. 아마 '대안은 없다'일 것이다." 폴란드 출신으로 타임스, 이코노미스트 등 세계 유수의 언론사에 몸담은 바 있는 저자는 "왜 대안이 없냐"고 되묻는다. 그의 대안은? 민중의 자각을 통한 혁명이다. 혁명이란 새로운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것이다. 현재 거의 전 세계를 잠식한 자본주의가 더 이상 확대할 영역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으며, 변화는 필연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책은 '혁명'의 당위성을 탐색해 나가고 있다. 저자는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내다보는 방식으로 대안 찾기에 나선다. 1부 '유산'에서는 1989년 폴란드에서 시작돼 동독, 체코슬로바키아, 루마니아, 소련에 이르는 스탈린주의의 몰락과정을 되짚어 보고 있다. 2부 '변화하는 유럽'에서는 동구를 휩쓸고 지나간 자본의 바람이 남긴 상처를 들춰내면서, 러시아의 심각한 부패상을 그 예로 들고 있다. 마지막 '대안을 찾아서'에서는 대안 사회를 찾기 위해 사회 주체들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대답을 내놓는다. 저자의 대답은 '노동의 종말'. 이윤에 종속된 노동은 그만 끝내고, 이제 인간의 필요에 의해 행해지는 노동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의 소외'를 극복하자는 식의 싱어의 주장은 다소 구태의연해 보인다. 그러나 "평등이 심각하게 훼손된 껍데기에 지나지 않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더 지탱할수 있을까"라는 그의 반문을 외면하긴 어렵다. 문성진기자 입력시간 2000/12/05 18:16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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