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토종 자동차 업체들이 폭스바겐·제너럴모터스(GM) 등 해외 브랜드에 밀려 고사 위기에 빠졌다. 특히 과거 중국 부유층의 상징이었던 톈진이치의 시알리 자동차가 내년 상장 폐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자동차시장 내 중국 토종 브랜드의 점유율은 38%로 지난 2010년의 46%에서 8%포인트 급감했다. 특히 세단형 승용차의 점유율은 2010년 31%에서 22%로 더 크게 감소했다. 중국인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며 가격이 비싸더라도 안전성과 내부 인테리어가 뛰어난 외국산 자동차 브랜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WSJ는 중국 토종 자동차 몰락의 대표적인 사례로 시알리를 꼽았다. 시알리는 첫선을 보였던 1990년대만 해도 중국 경제발전의 상징이었지만 2011년 정부의 소형차 보조금이 폐지되며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여기다 폭스바겐·GM·닛산·현대자동차 등 외국 합자 자동차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도 시알리를 위기로 내몰았다. 시알리는 지난해 전년 대비 45% 급감한 7만2,000대를 판매하는 데 그치며 2억8,000만달러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WSJ는 "대부분의 중국 로컬 자동차 업체와 같이 시알리 또한 정부 지원을 받고 있지만 올해도 적자를 낼 경우 3년 연속 적자로 상장 폐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알리뿐 아니라 스웨덴의 볼보를 인수한 지리자동차도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순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자동차 업계의 떠오르는 강자인 창청자동차도 같은 기간 순이익이 20%가량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수입차 공세에 현재 20여곳인 중국 자동차 업체가 5개로 구조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에게 토종 자동차가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는 품질이다. 자동차시장 조사업체인 JD파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차는 100대당 131개의 하자가 발견됐다. 외국 자동차 브랜드 100대에서 95개의 결함이 발견된 것과 비교하면 매우 큰 차이다. JD파워는 보고서에서 "2013년 100대에서 155개의 결함이 발견된 것과 비교하면 개선됐지만 여전히 중국 자동차가 외국 자동차 브랜드의 품질을 따라가려면 멀었다"고 꼬집었다.
중국 정부가 대도시 환경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자가용 운전자 수를 제한하는 점도 중국 토종 자동차 브랜드에 악재다. 자동차 번호판을 규제하며 소비자들은 탄소배출이 적은 외국 브랜드를 선호한다고 WSJ는 설명했다.
자동차 컨설팅 업체인 JSC의 조센 시데버트 이사는 "중국 토종 브랜드 자동차 업체들이 실적부진으로 인한 연구개발(R&D) 투자 감소, 품질 악화,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