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헌재’를 두려워 하는 이유

경제 부처를 출입하던 시절 만난 `이헌재`는 분명 “바늘로 찔러도 피안방울 안나올 만큼 차갑고 혀를 내두를 만큼 주도 면밀한” 사람이었다. 안티(ANTI)를 자처하는 사람조차 어느 순간 `구조조정의 나팔수`로 만드는 특유의 카리스마를 지닌 사람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기업인들에게 그의 존재는 그리 달갑지 않았다. 비단 대우ㆍ현대그룹의 해체와 그의 추상 같은 칼날에 쓰러져간 기업들 때문만은 아니다. `부채비율 200%` 등으로 상징되는 규제에 진절머리가 나서도 아니었다. 그는 누구보다 기업의 속성을 잘 알고, 교묘하리만치 기업인을 다룰 줄 안다. 기업인들에게 그는 한마디로 `녹록하지 않은, 아니 무서운`존재였다. 그가 경제부총리가 돼서 돌아왔다. 그를 맞이하는 기업인들의 지금 심정은 어떨까. 그의 부총리 소식에 옛 대우그룹에 몸담았던 고위 인사에게 모처럼 전화를 걸었다. 대우그룹의 해체 과정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던 사람답게 그의 입에선 쓰디쓴 웃음이 흘러나왔다. 간혹 “관치로 먹고 산 사람”이라는 극단적인 용어도 섞여 나왔다. 10분여의 통화가 끝날 무렵, 그는 모호하면서도 애정을 담은 발언을 꺼냈다. “이젠 제발 기업과 기업인을 전부 다 안다는 생각을 버렸으면 합니다” 한참 후 국내 굴지의 기업에 몸담고 있는 중역과 만났다. 그는 신임 부총리에게 쓰디쓴 말부터 토해냈다. “사실 재경부 장관 시절에는 실패한 사람 아닙니까. 구조조정의 시절은 끝났습니다. 현실로 돌아와야죠” 기업인들은 지금 `구조조정의 화타`보다는 성장의 동력을 끌어올릴 힘찬 선두 마차를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과거의 모습이 묻어나 있다. 관료와 기업인의 수직적 관계, 금융을 통한 무조건적인 기업 다스리기…. 이헌재 부총리는 개각 발표후 기자들과 만나 “개혁보다는 성장이 우선”이라는 말로 첫 단추를 뀄다. 그의 발언이 단순히 시장과 기업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한 특유의 언변(言辯) 이 아닌, 진정한 자기변신의 모습이기를 고대한다. <김영기 산업부 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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