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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 금메달로 본 경제계 파벌주의] 한체대-비한체대 싸움서 스케이트장별 파벌로 확산

■ 안현수 내몬 쇼트트랙 병폐

우승 몰아주기·방해작전… 감독 선임에도 입김 작용

부조리로 징계받은 인사… 시간 지나 슬그머니 복귀

15일(한국시간)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러시아 대표로 금메달을 딴 안현수(29). 그를 '빅토르 안'으로 만든 쇼트트랙의 파벌 싸움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쇼트트랙은 마음만 먹을 경우 '밀어주기'가 얼마든지 가능한 종목이다. 2명 이상이 결선에 올랐을 때 한 명에게는 다른 한 명의 우승을 돕기 위한 희생이 강요되기도 한다. 대표팀 내에서도 파벌이 다르면 경기 중 동료가 서로 방해 작전을 펼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이 같은 종목의 특성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도 있지만 세계 어느 대표팀을 봐도 한국만큼 시끄러운 곳은 없다. 쇼트트랙이 금메달이 당연한 효자종목으로 자리잡는 사이 속으로는 걷잡을 수 없이 썩어가고 있었다.

국내 쇼트트랙에서 파벌 싸움은 10여년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남자 대표팀을 지휘하는 윤재명 감독은 2005년 선수들과 코치의 반대로 대표팀 감독이 되지 못했고 얼마 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기훈도 사령탑에 앉으려다 선수들의 반대에 부닥쳤다. 윤 감독을 반대하는 선수들과 김기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선수들은 '파'가 달랐다.


파벌 싸움의 정점은 2006년 토리노올림픽을 전후해서다. 안현수는 남자 대표팀의 송재근 코치가 아닌 여자 대표팀 박세우 코치의 지도로 여자 대표팀과 같이 훈련했다. 송 코치는 이호석·서호진 등을 가르쳤다. 올림픽에 가서도 서로를 피해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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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벌의 심각성은 연맹 수뇌부도 인식하고 있었지만 결과가 좋으니 크게 손을 쓸 생각이 없었다. 토리노에서 한국 쇼트트랙은 남자만 금 3, 은 2, 동메달 1개를 쓸어 담았다. 그러나 파벌은 더욱 깊어졌고 2010년 밴쿠버올림픽 뒤에는 승부조작(담합) 사실이 드러나 다시 한 번 충격을 줬다.

연맹 관계자들은 파벌이라는 말만 들어도 "요즘에 그런 게 어디 있냐. 다 없어졌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과거 한국체대와 비(非)한국체대로 나뉘었던 파벌은 '진화'를 거듭했다. 최근에는 활동하는 스케이트장별·개인코치별 파벌이 어지럽게 얽혀 있다는 것이 선수들과 학부모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문제는 부조리가 드러나도 그때뿐이라는 것이다. 자격정지·해임 등의 징계는 시간이 지나면 풀리게 마련이고 문제가 있었던 인사는 슬그머니 복귀해 아무렇지 않게 활동한다. 현재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을 맡고 있는 최광복 감독은 2004년 여자 선수 구타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인물이다. 당시 사건에 연루됐던 김소희 코치는 MBC에서 해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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