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 희망을 말하다] 신경철 유진로봇 사장

"20년 뒤엔 1인1로봇 시대 온다"<br>올 상반기 서비스로봇 부문 매출 2배 '쑥쑥'<br>청소·교육용등 5~6년간 연 50% 성장기대<br>"가정용 노인 도우미 로봇 개발 보급이 숙원"


"지금 우리가 모든 정보를 휴대폰에 의지하고 휴대폰이 없으면 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듯이, 앞으로는 로봇이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10년 뒤에는 1가구1로봇, 20년 뒤에는 1인1로봇 시대가 열릴 것으로 봅니다."

막바지 개발 작업이 한창인 로봇들에 둘러싸여 미래를 그리는 신경철(54) 유진로봇 사장이 흐뭇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구로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유진로봇 사업장에 진열된 다양한 로봇들을 둘러보며 그의 말을 들으니 공상과학만화 속에서나 가능할 줄 알았던 '로봇시대'가 어느덧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것 같다.


로봇시대의 도래는 최근 들어 부쩍 분주해진 유진로봇의 행보와 회사의 가파른 성장세에서도 드러난다. 국내 로봇업체 '1세대'인 유진로봇의 올 상반기 서비스로봇 부문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00% 가량 증가했다. 작년까지 본업인 로봇사업은 전체 매출의 45%를 차지, 2005년 우회상장 당시 합병했던 지나월드의 완구사업보다 낮은 비중에 머물렀지만 올 상반기에는 서비스로봇사업과 완구사업 비중이 6대 4로 역전됐다. 작년까지는 서비스로봇 매출의 70~80%를 로봇청소기에 의존했지만, 지난해'R러닝(로봇기반교육)'개념이 도입되면서 올해부터는 유아교육용 로봇 '아이로비큐'도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1990년 회사를 설립한 이래 20년간 로봇사업 외길을 걸어 온 신 사장은 "앞으로 적어도 5~6년간은 연평균 50%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인력의 3분의 1를 투입하고 있는 R&D 투자가 지금까지는 매출로 많이 연계돼지 못했지만 이제 본격적인 성장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로봇은 당초 산업용로봇과 자동화 설비 개발에 주력했지만, 산업용 로봇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한계를 느낀 신 사장은 2000년을 전후해 지능형서비스로봇회사의 사운을 걸기로 했다. 이후 홈 로봇 아이로비, 청소로봇 아이클레보, 유아교육용 아이로비큐 등 유진로봇은 적잖은 서비스로봇을 선보여 왔지만, 청소로봇을 제외하면 시장에서 제대로 인지도 되지 못한 시기가 계속됐다. 서비스로봇 사업은 작년까지도 적자행진이 이어졌다.


하지만 신 사장의 오랜 노력은 올 들어 본격적인 로봇의 상용화와 함께 속이 꽉 찬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출시 이후 한동안 외면당하던 유아교육로봇 아이로비의 경우 출시 3년째를 맞는 올해 1,200대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내년에는 3,000대, 2012년에는 6,000대를 목표로 한다. 신 사장은 "아직은 초기 진입단계지만 당초 '로봇이 교육에 도움이 되겠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던 시장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아교육 로봇의 보급을 시작으로 올 하반기에는 초등학교용 로봇도 시범사업에 돌입한다. 사업장 한 곳에서 눈을 깜빡이고 있는 초등학교용 로봇은 현재 어플리케이션 개발 작업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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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200억~300억원 규모인 국내 청소로봇 시장도 지금보다 10배 이상은 커질 것으로 신 사장은 보고 있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삼성, LG 등 대기업들의 진입이다. 신 사장은 "대기업의 진입은 이 시장이 더 클 것이라는 보증이기도 하지만, 시장의 브랜드 선호 때문에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참여로 치명적인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그래서 중소기업은 해외 시장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유진로봇의 청소로봇은 해외에서의 매출이 내수시장의 2배에 달한다. 교육용 로봇도 아직은 샘플 수준이지만 꾸준히 해외시장으로 나가고 있다.

신 사장은 "특히 교육용 로봇은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위한 테스트베드가 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유치원에서의 로봇 활용 사례를 외국에서 많이 보러 오고 있고, 아이로비에 대한 관심도 높아 현재 영어권에서의 서비스 공동개발 의뢰를 받아 논의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신 사장은 현재 50% 수준인 회사의 수출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청소로봇과 교육용 로봇이 현재 회사의 성장을 끌어가고 있다면, 미래 시장을 내다본 신 사장이특히 주목하는 것은 노인용 로봇이다. 신 사장은 "로봇은 본래 불편하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라며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고 리모콘이나 물도 갖다 주는 가정용 노인 도우미 로봇을 개발해서 전세계에 보급하는 것이 숙원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외국에서도 관심이 높은 분야로, 유진로봇은 현재 뉴질랜드와 노인용 로봇 공동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신 사장은 귀띔했다. "아직은 시장이 없어 보이지만, 눈 앞에 보인 것보다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미래의 시장을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서비스로봇 국내 1위… 20여개국 수출


유진로봇은 산업용 로봇 개발로 시작해 청소로봇, 유아교육용 로봇 등 서비스로봇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로봇 전문업체다. 신경철 사장이 지난 1988년 설립된 부친의 사업체를 이어받아 1990년 유진로보틱스라는 회사명으로 로봇개발사업에 나섰다. 지난 2000년부터 본격적인 지능로봇의 사업화에 나서 자이툰부대에도 납품된 위험작업로봇, 유비쿼터스 홈 로봇, 교육용 완구로봇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으며 노인복지를 위한 로봇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서비스로봇의 경우 해외 20여개 국가로 수출되는 등 국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세계 최초의 유치원 로봇 사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개발에 오랜 세월을 투자해 온 유진로봇의 지난해 매출은 140억원. 작년까지는 2005년 지나월드 합병 이후 운영해 온 완구사업이 회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 왔지만, 올해는 로봇사업이 매출의 60%를 차지하며 점차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정부의 로봇기반교육(R-러닝)사업으로 유아교육용 지능형 서비스로봇인 아이로비큐 보급이 본격화하고 있는 올해 매출 200억원 돌파 및 흑자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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