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물가 올인하다가 성장도 놓칠라

수출의존도 큰 우리경제 세계경제 둔화 가능성에 올 4.5% 달성 장담못해<br>금리·재정정책 조정 준비… 내수 살리기도 병행해야


"세계경기 둔화에 대비해 경제정책 기조의 미세조정을 준비해야 합니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대양 위에 떠 있는 조각배의 서러움일까. 요동치는 세계경제의 풍랑 속에 우리 경제가 4%의 물가 전망치 사수는 물론 4.5%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달성마저 흔들리게 됐다. 세계경제를 견인하는 미국은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데다 향후 10년간 정부 재정지출을 총 2조4,000억달러 감축하기로 합의하면서 세계경기 회복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탓이다. 중국의 긴축과 유럽의 재정위기도 한국경제 방향에 상수로 떠오른 지 오래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에 대외발 암운이 겹겹이 드리우고 있어 하반기 물가관리에 초점을 두기로 한 우리 정부가 본격적인 세계경기 둔화에 대응한 경제정책 기조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 정부의 4.5%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하반기에 5.2% 성장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한은이 제시한 연간 4.3%의 성장 전망치 달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우리나라의 수출시장은 과거 미국 중심 구조에서 탈피해 다변화됐다. 하지만 다른 경제권역 역시 사정이 좋지 않다. 중국의 경우 정부가 긴축재정 기조로 돌아섰고 유로존은 남유럽발 재정위기의 불씨가 꺼지지 않은 상태다. 원화 또한 최소한 연말까지 강세를 탈 것으로 보여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 우위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물가잡기에 모든 것을 걸다 보니 경제성장을 함께 도모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물가에 온 힘을 쏟겠다는 정부의 기조를 시장에서 ▦원화강세 용인 ▦금리인상 ▦보수적인 재정정책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의 올해 상반기 재정조기집행률은 물가잡기에 매달리면서 계획치인 57.4%를 하회한 56.8%를 기록했다. 환율은 최근 달러당 1,050원 언저리까지 떨어졌지만 정부는 미세조정 이상의 적극적 대응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준금리의 경우 최근 한 차례 동결됐지만 오는 11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소폭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물가관리의 덫에 걸려 경제정책의 탄력적인 운용이 어려워진 셈이다. 이와 관련해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환율에 대한 대응에는 제약을 받더라도 재정과 금리에서는 내수 활성화의 의지를 더욱 강하게 내비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재정정책을 통해 가계 불안심리를 차단할 정도로는 돈을 써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돈을 적극적으로 풀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긴축한다는 메시지는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재정건전성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광범위한 재정집행이 어렵더라도 정부가 내수 살리기에 역점을 둘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확산시키기 위해 한두 군데를 목표로 삼아 재정집행에 나서야 한다는 것. 신석하 위원은 "정부의 재정운용 폭이 제한돼 있기는 하지만 경기둔화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한계계층으로 재정집행의 초점을 맞추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물가관리 차원에서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경기둔화가 본격화된다면 금리인상 기조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