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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新人脈] '건설宗家' 현대건설 출신들

도전·근면 등 '64년 현대 DNA' 맥 이어 정·재계 두루 포진


李대통령, 샐러리맨 성공신화 창조
이내흔·심현영·김윤규·이지송 등
고령 불구 경영일선서 활발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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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박상진·LIG 강희용 사장 등
중견 건설업계 곳곳서 진두지휘

신영수 의원-안승규·송진철 사장등
비건설 분야서도 두드러진 활약 눈길
"일단 현대건설 임원 출신이면 중견은 물론 웬만한 대형 건설사들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스펙이지요." 현대건설 출신에 대한 한 헤드헌터 업체 관계자의 이 같은 평가는 '현대건설'이 한국 건설의 대명사라는 것을 단적으로 알게 해준다. 지난 1947년 '현대토건사'라는 이름으로 첫발을 내디딘 후 64년을 이어오는 동안 현대건설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수많은 최초ㆍ최대 등의 수식어를 만들어내며 건설종가로 자리매김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건설은 '근면ㆍ절약ㆍ도전ㆍ승부근성'으로 성공신화를 일궈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은 물론 회사를 거쳐간 수많은 스타 최고경영자(CEO)들을 배출해냈다. '꿈을 버리지 않는 한 실패는 없다'는 정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이 '현대맨'들의 DNA로 접목되면서 건설업계는 물론 정치ㆍ경제 전반에서도 거대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현대건설 CEO 출신은 이름이 곧 브랜드=현대건설을 거쳐간 CEO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내 건설업계 1호 해외사업인 태국 나라티왓 고속도로 건설현장 경리사원 시절 목숨을 걸고 폭도들로부터 사무실 금고를 지켜낸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이 대통령은 이후 35세에 최연소 사장이 돼 샐러리맨 성공신화를 만들었다. 그는 중동신화의 대명사인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따내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이 대통령 외에도 이내흔ㆍ심현영ㆍ김윤규ㆍ이지송ㆍ이종수 씨 등 전 현대건설 CEO 가운데 상당수는 고령임에도 여전히 경영일선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내흔 현대통신 회장의 경우 1991~1996년 사장을 지낸 후 3개월여 자리에서 물러났다가 1998년까지 다시 사장을 맡았다. 이 회장은 홈네트워크 장비업체인 현대통신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특히 대한야구협회 회장, 아시아야구연맹 부회장, 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대한체육회 선수촌건립위원장 등 스포츠 분야에서도 의욕적으로 활동했다. 심현영 현대알루미늄 명예회장 역시 이 회장과 함께 두 차례 현대건설 사장을 지낸 기록을 갖고 있다. 1996년 3개월 정도 사장을 맡은 후 현대산업개발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던 심 명예회장은 2001년 다시 화려하게 현대건설 사장으로 복귀해 외환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었던 회사를 정상화하는 토대를 다졌다. 외환위기로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수장을 맡았던 김윤규 전 사장 역시 현대아산 사장ㆍ부회장을 거쳐 아천글로벌코퍼레이션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원전제어계측 전문업체인 삼창기업 명예회장직도 겸하며 이 회사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4억달러짜리 플랜트 사업을 수주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송 전 사장의 경우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LH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이종수 전 사장은 최근까지 효성그룹 계열 진흥기업 부회장으로 일했다. ◇현대건설 임원 출신, 중견업계서 두드러진 활약 펼쳐=현대건설 출신의 활약은 CEO에 그치지 않는다. 건설업계 곳곳에 현대건설 임원 출신 인사들이 포진하면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대표적 인물이 박상진 ㈜한양 사장. 한양대 출신으로 1976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주택영업본부장 등을 거친 박 사장은 지난해 9월 한양의 전문경영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6월부터 LIG건설을 맡은 강희용 사장 역시 현대건설 토목사업본부장ㆍ기술개발원장 출신이다. 한양 박 사장과는 입사동기이기도 하다. 박성진ㆍ강희용 사장의 입사 3년 선배인 김호영 전 부사장은 해외영업본부장ㆍ해외사업본부장 등을 지낸 해외통이다. 반도건설 사장을 거쳐 현재 경남기업 사장을 맡고 있다. 최근 동양건설산업 사장직에서 물러나 설계감리 업체인 용마엔지니어링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길재씨도 현대건설 출신이다. 그는 1970년 입사 이후 해외토목사업을 담당했으며 고려개발 상무, 아시아나항공건설 부사장, 금호건설 부사장, 신동아건설 부사장 등을 거쳐 2005년 현대건설 부사장으로 돌아온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다. . 정수현 전 부사장은 현대엠코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최근 사장으로 승진했다. 주택사업본부 이사ㆍ상무, 건축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종합설계 부회장을 지냈다. 원현수 남양주도시공사 사장과 장덕수 평택도시공사 사장은 공기업 CEO로 변신한 케이스. 원 사장은 현대건설에서 건축사업본부 상무를 지낸 뒤 일성건설 사장을 거쳐 남양주도시공사 사장을 맡고 있으며 장 사장은 국내건축사업담당 이사를 거쳐 ㈜메가파크 대표를 지내다 평택도시공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비건설 분야 진출도 활기=현대건설의 인맥은 건설업계 밖으로까지 뻗어 있다. 정치권의 경우 신영수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1978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건축사업본부 상무를 지낸 신 의원은 건국대 행정대학원에서 부동산학석사 학위를 받는 등 18대 국회의원 중 손꼽히는 건설 전문가로 평가 받고 있다. 안승규 한국전력기술 사장 역시 현대건설 출신이라는 점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안 사장은 현대건설 재직 당시 태국비료공장 공사현장, 이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등 해외 주요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송진철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은 현대건설 홍보맨 출신이다. 1973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송 사장은 기획실장을 거쳐 1997년 홍보담당 상무를 맡는 등 20년 넘게 '현대맨'으로 일해왔다. 생활환경제품 생산 코스닥업체인 ㈜파루의 손광영 부회장 역시 현대건설 홍보실장(전무) 출신이다. 강구현 경남진주의료원장은 계약관리실 이사대우, 법무담당 전무, 경영지원본부장 등 현대건설에서 쌓은 경영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병원 경영자로 변신한 케이스이며 김병훈 농협물류 사장 역시 현대건설 인사담당 차장으로 재직했던 경력을 갖고 있다. 이밖에 홍성원 COEX 사장, 박규직 경기학원 이사장도 현대건설 출신으로 비건설 부문에서 활발하게 활약하는 대표적 CEO들이다. ◇풍부한 현장경험과 근면성이 강점=현대건설 출신 인사들이 이처럼 건설업계에서 광범위한 인맥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바탕이 된 것은 다른 업체에서 찾아보기 힘든 풍부한 현장경험이다. 국내외의 굵직한 해외현장에서 축적된 노하우는 중견 건설업체들은 물론 경쟁 건설사들도 탐이 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대형 해외사업 현장의 경우 웬만한 중견기업의 연간 매출과 맞먹다 보니 그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이력"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1997년 외환위기로 현대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시기와 맞물려 당시 사세를 확장하던 일부 그룹 계열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현대건설 출신 임직원들을 영입하면서 대규모 인력이동을 촉발하기도 했다. 현장경험과 함께 이른바 "임자, 해봤어"로 잘 알려진 정 명예회장의 도전정신도 중요한 DNA라는 평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 출신 CEO가 옮긴 회사는 출근시간부터 달라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지송 사장 취임 이후 LH 임직원들의 출근시간이 한두 시간 당겨져 한동안 직원들이 '시차적응'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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