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소심해진 금융감독 당국

조영주 기자 <금융부>

“카드사들이 과당경쟁을 벌이다니요. 신용카드 사용이 가장 많은 5월에 각종 이벤트를 벌이는 것은 당연한 마케팅인데 출혈경쟁으로 제2의 카드대란이 우려된다는 건 오히려 위기감을 조장하는 것입니다.” 국내 신용카드사 임원의 말이다. 최근 금융감독당국이 카드들 비롯 금융 전반에 걸친 과당경쟁에 대해 종합검사를 실시하자 카드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제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정상적인 영업에 들어가고 있는 참에 과당경쟁을 조사하겠다는 금융감독당국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최근 무이자할부 행사를 늘리고 대출확대를 꾀하고 나섰다. 비씨카드는 유통점별로 3개월 무이자할부를 실시하고 신한ㆍ현대카드는 개별 가맹점과 제휴해 6개월 이상 장기 무이자할부에 들어갔다. KB카드는 이달 들어 우량고객에 한해 2개월간 한시적으로 현금서비스 금리를 절반 가량 할인해줘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이 9%대로 낮아졌다. 하나은행도 오는 7월까지 3개월간 현금서비스를 사용할 경우 5월에는 연 9.99%, 6월에는 8.99%, 7월에는 7.99%의 금리를 적용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장기할부와 대출금리 인하에 대해 카드업계는 “일시적인 행사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할부마케팅이 일정 기간을 정해 한시적으로 실시하는 것이어서 과거 무작위 할부와는 성격이 다르다”며 “특히 할부 수수료를 가맹점과 나눠 내기 때문에 카드사들의 수익에 나쁜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금서비스 금리인하도 아주 제한적이다. 우량회원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이 분류하고 있는 우량회원의 경우 대부분 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 등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신용이 떨어지는 회원은 여전히 현금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카드대란을 겪으면서 금융감독당국은 물론 온 국민이 카드사에 대한 편견과 경계심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제2의 카드전쟁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과당경쟁에 대해 경고하고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금융감독당국의 수장이 위기를 경고하기 이전에 사실 여부를 먼저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카드사들에 과당경쟁 논란은 금융감독당국의 ‘오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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