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세월호 침몰] '해상 빅브러더' 사고 터지자 면피 바빠… 기능·조직 전면쇄신해야

[벼랑 끝에 선 안전코리아] <3> 밥그릇 싸움에 반쪽 된 해양안전

해수부 산업지원에 무게 실려 안전 관리·감독 기능엔 소홀

관직 떠나면 해운업체 낙하산… 당국-업계 한통속 우려까지

금융위-금감원 나눈 것처럼 정책-안전업무 따로 떼어내야

23일 오전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 위치한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 해양 마피아가 이사장 자리를 독식한 해운조합은 여객선 안전검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인천=이호재기자


지난 16일 300여명의 실종ㆍ사망자를 낸 세월호 침몰 참사는 대한민국에서 해양안전이 실종됐음을 보여줬다. 참사 전후 '영세해운사 부실 경영→노후선박의 무리한 증축 개조→선원들의 직업윤리ㆍ직무능력 미달→당국의 구조 미숙'에 이르는 비극의 단초마다 주무당국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해상의 빅브러더였던 해양수산부·해양경찰청·지방항만청은 막상 재난이 닥치자 무능한 '못난이 삼형제'로 전락했다.

특히 해수부는 부활의 명분마저 도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바다를 책임지라며 지난 정부에서 사라졌던 해수부를 5년 만에 되살렸다. 사법권(해경)과 현장 행정력(지방항만청)을 양 손에 쥐어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세 당국은 힘을 모아 위기를 막기는커녕 책임회피, 밥그릇 챙기기로 일관하며 반쪽짜리 행정기관으로 전락했다.

이에 따라 해수부를 필두로 해양정책의 세 당국을 전면적으로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책임자 몇 사람을 추궁하고 옷을 벗기는 식으로 여론을 무마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새누리당에서 해양정책 등을 맡고 있는 강석호 의원(제4 정책조정위원장)은 "세월호와 같은 참사를 예방하지 못했던 점은 일차적으로 해수부의 책임"이라며 "해수부의 해상안전 기능에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가 없는지 엄중히 따져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해수부가 태생적으로 재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지적한다. 해양산업을 육성하는 경제부처에 무게가 실려 되살아난 탓에 해상안전을 책임지는 사회부처적 기능은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전감독과 산업지원 사이에서 정책적 목표와 이해가 서로 달라 충돌하는 딜레마에 처한 셈이다. 해수부가 올해 업무추진계획에서 발표한 일곱가지 약속정책기조 중 해상안전과 관련된 약속은 한 가지에 그친 것이 단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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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안전을 뒷받침할 현장 행정력도 부족하다. 해수부가 드넓은 바다에서 지도, 감독을 하기 위해 현장에 출동시킬 수 있는 선박 자체가 30여척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도 "충청권에는 아예 해수부가 동원할 수 있는 순찰선이 한 척도 없다"고 관계당국 간부는 설명했다.

해양사고 예방의 핵심인 선박 안전진단, 입출항 관리 역시 해수부의 소관 업무이지만 실제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미지수다. 정부가 선박의 안전진단, 입출항 관리를 위탁한 해운업계 민간 단체에는 해수부 출신 인사들이 대대로 포진해왔다. 이로 인해 감독당국과 업계가 한통속으로 변질될 유인이 상존하고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따라서 해수부에 대한 대수술은 불가피해 보인다. 해수부는 산업진흥이나 안전 관련 입법 등 제도·지원 기능 중심으로 재편하고 국민 안전과 관련한 감독ㆍ관리 기능은 따로 떼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금융감독위원회가 금융위원회(정책기능), 금융감독원(감독기능)으로 분리된 것과 비슷하다. 조원철 연세대 방재안전관리 연구센터장도 "해수부는 기본적으로 수산업·물류업 등을 장려하는 산업정책부처로의 정체성이 강하다"며 "안전 등에 관한 기능은 따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학계는 해수부에서 선박출입항, 해상안전교통관리, 불법어선 단속, 해양오염방제 등 안전·보안감독 업무 떼어낼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이들 업무는 해수부 산하에 안전감독ㆍ관리 기관을 청급으로 신설해 맡기는 방식, 범부처 차원의 재난청을 신설해 맡기는 방식, 해경에 맡기는 방식 등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

다만 해경에 맡길 경우 해경에 대한 쇄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해경은 현재 280여척의 선박, 10여대의 항공기를 두고 있어 해수부보다 강력한 현장 집행력은 갖추고 있지만 전문성,정책 수립력은 떨어진다. 8,000여명의 직원 중 대다수가 경찰직이고 일반ㆍ기능직 공무원은 400여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경의 기능 중 레저산업 관련 기능 등 정책조정 기능은 해수부로 떼어 이관하고 관제요원 등 전문요원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행정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항만청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기능 조정, 책임 강화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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