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거센 내부반발 감원·재배치 엄두못내(구조조정 겉돈다)

◎인사불만 시위·직원동요 큰 부담/이미지·생산성 추락 되레 손실만/협력사·대리점 설득도 자신못해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A사는 중간간부 20여명을 전환배치했다가 곤욕을 치뤘다. 경기침체로 매출이 떨어지자 구조조정 차원에서 비영업조직을 통폐합하고, 소속간부들을 영업팀으로 발령냈는데 당사자들이 강력반발하면서 마찰이 빚어진 것. 이들은 발령된 부서로 출근했다가 한밤중에 회장집 앞에 모여 항의시위를 벌였고, 『분신하겠다』는 등 협박전화까지 서슴지 않았다. 결국 회사측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복귀시켜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사태를 무마시킬 수 있었다. 다른 직원들의 동요도 커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 한 가전업체는 몇년전부터 「돈안되는」 오디오사업을 정리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추진해왔으나 아직 착수조차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오디오사업부를 별도법인으로 독립시킨 뒤 매각방침을 정했으나 막상 작업에 들어가니 문제가 간단치 않았던 것. 저가형 생산을 맡긴 5개 하청업체를 비롯해 1백여 부품공급사, 2백50여개 대리점, 4백여명의 직원 등 이해 당사자들을 납득시킬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요즘같은 불경기에 오디오사업을 인수하겠다는 업체도 없었고, 매각이 성사된다해도 양도차익에 따른 특별부가세와 법인세 까지 감안하면 첩첩산중이었다. 결국 오디오사업은 당분간 그냥 끌고 가기로 했다. 구조조정을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숱한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 대규모 사업철수나 조직개편은 말할 것도 없다.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가로막고 있는 내부요인이 외부장애 못지않게 많다. 임직원과 협력업체, 대리점 등 「식구」들에 대한 처리는 자칫 사회문제로 비화된다. 회사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조직의 능률을 떨어뜨리고 구성원들을 당황하게 하며, 생산성을 크게 저하시키기도 한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의 핵심으로 인력감축이나 재배치를 검토하거나 추진중이지만 실효는 별로 없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6백개기업 가운데 68%가 고용조정계획을 갖고 있으나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를 실시하겠다는 기업은 각각 10%와 5%에 머물고 있다. 삼미특수강의 경우 지난 2월 만성적자를 보여온 봉강·강관사업 부문을 포항제철에 매각했으나 포철에 재취업을 거부한 1백80여명의 근로자들이 아직도 서울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에따라 이 회사는 지난 3월 부도이후 채권은행단의 자금관리를 받으면서도 이들에 대한 급여를 부담하고 있다. 이들이 삼미특수강 소속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월급(기본급)을 주지 않을 수 없다는 것. 게다가 포철에 사업의 절반을 매각한 뒤 스테인리스 강판만을 생산하고 있는 삼미로서는 봉강기술자들을 강판공장에 투입할 수도 없는 노릇. 이처럼 내부문제로 구조조정의 성과가 보이지 않자 업계 일각에서는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거품을 빼고 생존과 재도약을 위해 구조조정은 「반드시 겪어야할 아픔」이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조성호 책임연구원은 『이번 구조조정은 전산업에서 광범위하게 발생, 일부산업이 고부가가치산업 위주로 재편되던 과거와 큰 차이가 있다』며 『기업들은 짧은 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 장기적인 재편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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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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