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환위기 없다” 불안심리해소 주력/「금융위기」 각계반응·움직임

기아사태 장기화에 이어 동남아 태풍으로 또 한차례 경제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아시아 증시를 떠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어 주가폭락과 환율급등, 자금시장 마비 등의 악순환이 재연되고 있다.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는 정부 및 재계, 금융계, 증권계의 대응을 살펴본다.◎정부/외자조달·차관도입 등 지원/실무차원 특단대책 검토도 재정경제원은 25일 강경식 부총리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시장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논의했으나 최근 두차례나 증시대책을 내놓은데다 외국인들의 이탈이 계속되고 있어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추가 증시대책으로 ▲중앙은행의 금융기관 주식 매입자금 지원 ▲증시안정기금 추가 설립 등이 떠오르고 있으나 후유증이 매우 큰 대책들이기 때문에 재경원은 이를 선뜻 거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경원은 우선 증시안정을 위해 이번주부터 주식양도차익 비과세가 실시되는 일본 및 독일계 자금을 조속히 끌어들이고 포철과 한전으로 하여금 각 1천억원씩 자사주를 매입토록 했다. 또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의 해외차입을 지원하고 기업과 지자체들의 차관 도입도 조속히 이루어지도록 적극 협조키로 했다. 이와 함께 대기업 및 금융기관들에 달러매입 자제를 당부하고 주식매수우위 지침을 고수토록 독려하고 나섰다. 이밖에 부실채권정리기금의 확대와 대손충당금 및 주식평가손 적립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재경원은 주가와 환율에 대해 내부적으로 마지노선을 정하고 이에 근접할 경우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 실무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원 관계자는 『아시아권 통화위기가 국내에 파급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기관간 협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환율과 주가, 금리 등의 움직임이 불안할 경우 시장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김준수 기자> ◎재계/“고금리 지속” 자금확보 총력/환율안정 한은특융확대 요구 기업들이 외환시장의 불황에 이어 주가마저 연중최저치를 기록하자 대책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삼성 등 대부분 기업들의 재무관련 부서들은 환율이 당초 예상을 벗어나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증시가 정부의 잇단 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곤두박질치자 휴일인 26일에도 출근, 모니터상에 나타난 금융시장의 동향을 체크하며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조만간 금융시장 불안감이 더욱 확산될 것을 염두에 두고 강도높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관련부서에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를 해결할만한 뾰족한 대책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금융 외한시장의 불안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업 차원에서 마련할 수 있는 대책이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S그룹의 관계자는 『하루종일 외환 및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철저히 체크하며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부심하고 있지만 묘안이 없다』면서 『대책이 있다 할지라도 단순한 응급조치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당장 기업을 돌릴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현재의 자금사정이 가뜩이나 어려운데다 최근의 외환시장 동요와 주가폭락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산돼 단기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금리추가 상승에 대비해 자금을 풀지 않는데다 기업들이 운용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으로 금융권의 자금사정이 빡빡해져 있기 때문에 금리인상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가능한 범위내에서 환율안정에 힘쓰는 한편 한은특융 확대 등 보다 강도높은 대책을 마련,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진갑 기자> ◎금융계/“섣부른 개입땐 화… 일단 지켜보자”/체질강화 구조조정 등 근본대책 역설 한국은행은 최근 외환위기 우려에 대해 주가폭락이 달러사재기로 연결되면서 환율 급등을 야기시키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외환시장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동남아 통화위기의 파급과 같은 세계경제의 공조화현상에 대해 뚜렷한 대책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면서도 당장 국내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그러나 외환시장의 불안심리로 인한 환율상승을 억지로 막으려 하다가 실패할 경우 상황이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일단 불안심리 해소에만 주력하면서 원화환율을 외환시장의 상황에 맡겨둔 뒤 상황진전을 좀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특히 최근 외환시장의 위기 조짐이 외국인 주식투매에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하면서 단기적으로는 증시안정대책, 근본적으로는 증시활력회복을 위한 경제체질강화, 구조조정 지원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지난 주말 이경식 총재·최연종 부총재가 번갈아가면서 회의를 소집, 상황진단 및 대책마련에 분주했고 이강남 국제담당이사는 지난주말 청와대에 들어가 최근 시장상황을 브리핑했다. 금융계는 당장 외환시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외화자금을 한푼이라도 많이 확보하기 위해 은행장들이 직접 외국 금융기관을 찾아다니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유시렬 제일은행장 등 7개 시중은행장은 지난 24일부터 뉴욕을 방문, 외국은행들을 직접 찾아가 한국의 경제상황을 설명하면서 외자조달에 나서고 있다. 한은과 금융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지난 주말을 고비로 외국인 주식투매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만큼 27일 증시와 외환시장이 문을 연 이후 상황이 어떻게 진전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은 자금담당자들도 환율상승의 여파로 시중실세금리가 상승할 움직임을 보이자 『은행권의 지불준비금 적수가 충분히 남아있다』며 시중자금사정이 전혀 나쁘지 않고 앞으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돈을 풀 생각이라고 강조했다.<이세정 기자> ◎증권계/개인도 투매 가세 「심리적 공황」 상태/투신 매수자금 지원 등 특단책 촉구 주식시장이 연일 폭락세를 나타내면서 주식시장 붕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5일 국내주식시장은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금융시장들이 대부분 휴장이었음에도 전날의 폭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투자가들의 대량매도에 이어 국내 개인투자자들마저 투매에 나서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악순환이 전개됐다. 개인투자자들은 홍콩증시 폭락으로 기아자동차 법정관리결정에 따른 주식시장의 상승전환시도가 좌절된데다 아시아금융불안의 확산과 외국인투자가들의 매물확대에 대한 우려로 『무조건 팔고 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돼 주식시장을 「심리적 공황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외상으로 주식을 매입한 신용거래잔액이 3조1천억원에 달하고 있는데 최근 주가폭락으로 매입한 주식의 담보여력이 떨어져 증권사가 강제로 반대매매를 하거나 이를 우려해 주식을 미리 처분하는 움직임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이같은 악순환을 그대로 둘 경우 증시의 기반붕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투매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먼저 외환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외국인투자가들의 증시이탈을 막기 위해서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조기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을 조속히 마련, 실행에 옮기고 주식시장의 투명성과 기업들의 실질적인 배당수준을 높이는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투신사들에 주식매수자금을 지원하거나 무기명SOC채권의 한시적 발행을 허용하는 등의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장인영 기자>

관련기사



장인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