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물가불안 압력이 심상치 않다.
맥주값은 7%나 올랐다. 주류업계는 그 이유로 수입맥아 가격 폭등을 들지만 실제 맥아가격은 그만큼 오르지도 않았고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고 한다. 정유회사들도 눈치껏 기름값을 올리는 중이다. 정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할 계획인 데다 환율도 떨어지는 만큼 아직은 괜찮다고 하지만 일부 회사는 올들어 리더당 최고 20원까지 올렸고 설을 전후해 추가로 인상할 움직임이다. 특히 설을 앞두고 제수용품과 농수산물값도 들썩거린다. 해가 바뀌자마자 지방자치단체들도 시내버스 요금과 지하철요금 등을 인상할 기회를 놓고 고심중이다.
그래도 정부는 올해 물가상승률이 3%대에 머물것이라고 장담한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만만치 않다. 이라크전쟁이 터지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그래서 정부의 물가안정 다짐이 더욱 공허하게 느껴진다.
물론 최근의 가장 큰 물가불안 요인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우리의 통제권 밖이다. 그러나 국내 유가는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 정유사들은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한참 늑장을 부리다가 마지못해 국내가격을 내리면서도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즉시 가격인상에 나선다. 최근에는 아예 가격고시제마저 폐지한 후 수시로 가격을 올리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정부가 나서면 상당한 물가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제수용품 가격이다. 농수산물의 출하를 탄력적으로 조절하고 매점매석이나 담합행위를 단속하면 터무니없는 가격 폭등은 막을 수 있다.
공공요금도 인하요인이 있는 경우 가격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 또 무조건 요금을 인상하기 보다는 자체적인 경영혁신을 통해 인상요인을 억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안정대책 이후 다소 잠잠해졌지만 이사철 수요가 아직 남아있는 만큼 부동산값도 안심할 수 없다. 대학등록금 등 신학기 교육비 인상도 학부모와 학생들에겐 방학 내내 부담스러울 것이다.
연초마다 물가가 비상이라지만 올해는 중동지역 불안이 겹치면서 더욱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새해부터 빈 장바구니를 들고 넓은 할인점 안을 두 바퀴 세 바퀴 돌고 있는 주부들 입장에서는 새 정부에 바라는 요구는 그리 요란한 것이 아니다.
<이연선 기자(경제부)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