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스코틀랜드, 시리아 그리고 한반도




202X년의 어느 날 북한에 정변이 일어났다. 장기간 극한의 궁핍에 지친 인민들이 들고일어났고 군부 내 일부 혁명세력이 이에 동조하면서 구집권 세력과 내전이 빚어졌다. 속칭 '조중수호조약'을 빌미로 중국이 자동적으로 군사개입에 나서며 남진을 개시한다. 중국 군은 초음속대함미사일, 전술ㆍ전략원잠 등으로 미군 태평양함대의 북진 및 연안 접근을 견제하며 대규모 육상전력과 공중전력을 전개한다. 그 결과 수일 만에 남포·원산 등 대동강 이북 전역이 중국의 손에 떨어진다.


반면 한미연합사령부의 향방은 묘연하다. 북한 급변시를 위해 연합사가 마련했다는 '작전계획5029'가 있지만 중국의 남진을 막고 북한 내전에 개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마저도 미군은 일부 공군지원 등은 해줄 뿐 육상 군은 지원하지 않겠다고 손사래를 친다. 2014년 시리아 사태 때와 같은 모습이다. 결국 연합사의 대응은 기약 없이 표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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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북진을 기피하는 미군의 의도를 간파한 중국도 추가적인 자극을 피하기 위해 대동강 이북에서 멈춰 선다. 대신 중국은 자국의 군수지원을 받은 일부 북한 군벌을 내세워 평양 등 대동강 이남지역에 친중 괴뢰정권을 세운다. 더불어 평양 등에서 반중 세력의 쿠데타가 일어날 경우 곧장 무력침공에 나설 기세를 보이며 압박한다. 러시아에 겁박당한 2014년 우크라이나가 오버랩된다.

다른 한편에서 중국은 외교·경제 채널을 총동원한 국제 로비를 벌여 대동강 이북을 자국 영토로 인정받으려는 작업을 벌인다. '옛 발해·고구려는 중국 역사의 일부분'이라는 식의 동북공정 논리와 세계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위안화 자본이 대거 동원된다. 이렇게 시간을 버는 사이 중국인을 대동강 이북에 대거 집단 이주시키고 대규모 시설투자를 단행해 실질적인 영유권을 확보한다. 중국은 대동강 일대 주민들에게 대규모 재정지원과 신장ㆍ위구르 지역과 같은 자치권을 당근으로 약속하며 자국의 영토로 편입시키기 위한 정치적 절차를 밟는다. 이렇게 중국의 자치구가 된 대동강 이북지역에서는 민족 세력을 중심으로 독립을 주장하는 주민투표가 간간이 시도되지만 스코틀랜드가 2014년 그랬듯 '경제적 실리'에 밀려 무산되고 만다.

북한 급변시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한 기자의 가상 시나리오다. 근래의 시리아·우크라이나 사태, 스코틀랜드 독립 부결은 만약의 한반도 급변시 여러 요인을 곱씹어보게 하고 있다. 6ㆍ25전쟁 당시 평양~원산 일대까지만 진출했어야 했다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최근 저서 내용, 북한 정권 붕괴시 군사개입한 중국이 50㎞가량 남진해 새 영토선을 긋고 그 이남에는 미국과 군사충돌을 피하기 위한 완충지대를 만들 것이라는 미국 랜드연구소의 지난해 보고서 등은 필자의 기우를 더욱 부추긴다. 시리아·우크라이나·스코틀랜드 사례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반면교사로 삼아 유사시 우리 정부의 대응능력을 재검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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