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006 부동산시장 결산] <중> 쏟아진 정책…그래도 못잡은 집값

줄이은 대책 비웃듯 '고공행진'<br>정책불신에 정부 호언장담도 반짝효과 그쳐<br>집값 상승불길 수도권 외곽지역으로 이어져<br>최근 정치권까지 가세 검증안된 대책 쏟아내


“이번 대책은 정부 부동산대책의 ‘완결편’이다.” 지난해 8ㆍ31 부동산시장안정 종합대책 발표 당시 정부의 호언장담이다. 안타깝게도 병술년(丙戌年) 한해가 지는 시점에서 정부는 이 선언 앞에서 무안함을 느껴야 할 것 같다. 올 한해 내내 집값은 꺾일 줄 몰랐고 정부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책을 쏟아내면서 부동산과의 힘겨운 싸움을 거듭해야 했기 때문이다. 8ㆍ31이후 한동안 뜸했던 정부 후속대책 마련은 3ㆍ30대책으로 재개됐다. 병술년(丙戌年) 시작과 함께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은 거침없는 질주를 계속했고 위기감을 느낀 정부가 6억원 이상 주택의 대출요건을 강화하고 재건축 초과이익을 최대 50%까지 환수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여기에 주택거래신고지역내 주택매입때 자금조달계획 신고를 의무화하는 등 정부의 3ㆍ30대책으로 정부의 수요억제책은 정점에 이르렀다. 지난 5월에는 강남3구와 분당ㆍ평촌ㆍ목동ㆍ용인 등을 ‘버블세븐’으로 지목하면서 참여정부 이후 줄곧 계속돼온 투기와의 전쟁 강도를 높여가겠다는 정부 의지 재확인도 곁들여졌다. 하지만 참여정부 내내 그랬듯 대책의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3ㆍ30대책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시장은 추석을 전후해 오히려 집값 상승의 불길이 수도권 외곽으로 확대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 것. 특히 투자자뿐 아니라 실수요자들이 대거 주택 매수대열에 합류하면서 정부 정책 방향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추병직 전 건설교통부 장관의 ‘분당급 신도시 개발’ 이라는 폭탄 발언이 계기가 된 공급확대론은 결국 11ㆍ15대책으로 이어졌다. 11ㆍ15대책은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 지역을 일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는 있지만 무게는 공급확대에 실렸다. 용적률ㆍ녹지율 조정을 통해 기존 신도시 공급 규모를 대폭 늘리고 개발절차를 간소화해 시기도 앞당기겠다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가를 25% 내리는 등 “싼값에 대량의 주택을 최대한 빨리 공급하겠다”는 새로운 시그널을 시장에 전달했다. 하지만 대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11ㆍ15대책이후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이해와 맞물리면서 ‘반값 아파트 공급’ 논쟁이 촉발됐고 결국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지난 22일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도입(2007년9월), 환매조건부ㆍ토지임대부 아파트 시범사업 실시를 합의, 발표했다. 정부는 물론 여ㆍ야까지 당운을 내건 대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음에도 시장에는 여전히 불안요소가 곳곳에 잠재돼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한해 집값 단순 상승률만으로도 11.4%에 달한 아파트의 투자가치가 주가지수 상승률(3.6%)를 3배나 앞지른 것에서 보여지듯 “집사면 손해 보지 않는다”는 ‘신화’는 여전히 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집값 논의가 정부에서 정치권으로 확대되고 이 와중에 검증되지 않은 대책들이 쏟아지면서 자칫 서민들의 기대감만 부풀려 놓을 경우 정책에 대한 신뢰 상실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그동안 쏟아져 나온 대책들이 채 6개월 이상의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정책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주택시장이 여과되지 않은 정책의 실험장이 될 경우 시장은 자칫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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