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나랏빚 급증에 '복지' 속도 조절하나] 복지법안 무더기 통과 땐 재정 파탄

국회 "법안 넘어와도 소화 못해" 난색… 건보 등 동반부실 우려


"보건복지부가 올해 추진하겠다는 복지사업은 하나하나가 나라살림 망가뜨릴 지뢰예요. 국가부채가 급증할 것을 생각하면 도저히 연내에 다 할 수 없어요."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이 1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로 전한 하소연이다. 박근혜 정부가 당초 국정과제로 꼽았던 대규모 복지사업들이 이르면 상반기부터 국회에 법안 형태로 줄줄이 넘어올 텐데 이를 모두 통과시키면 재정이 파탄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침 기획재정부는 이날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에서 메가톤급 복지공약사업들을 제외했다. 이들 사업은 ▲국민행복연금 도입(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통합) ▲4대 중증질환 필수의료서비스 전액 건강보험 지원 ▲저소득층 의료비 부담 상한 인하 ▲차상위계층 기준 확대 및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이다.


그러나 재정부의 보고 누락을 비웃기라도 하듯 보건복지부는 이들 사업을 줄줄이 담아 국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복지부의 국회 업무보고에 따르면 복지부는 올해 핵심복지공약 등을 실천하기 위해 무려 8개의 논의기구를 구성하고 8건의 입법안(재정법 7건, 개정법 1건)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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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논의기구는 ▲국민행복의료보장추진본부(3월 출범, 4대 중증질환 보장계획 수립) ▲국민행복연금위원회(8월 출범 예정) ▲국민행복의료기획단(연내 구성, 3대 비급여 관련 제도 개선 추진) ▲맞춤형 복지급여추진단(3월 출범, 차상위계층 기준 확대 및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 ▲수가조정위원회(11월 구성 예정) ▲내일행복지원단(연내 구성 예정) ▲사회서비스품질관리원(하반기 설치 예정) ▲범부처중독대책논의기구(연내 구성 예정) 등이다. 이름만 나열해도 위원회ㆍ추진단 공화국이라고 할만 한 수준이다.

이들 협의체를 통해 초안이 마련될 재ㆍ개정법안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사회보장급여 이용 및 제공에 관한 법률 등 복지정책을 통째로 뒤흔들 내용들이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이처럼 거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재정법들을 정권 초기에 한꺼번에 밀어붙이는 경우는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들 복지공약사업 중 여권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국민행복연금 도입과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지원이다. 새누리당의 한 실무자는 "복지공약에 소요될 중앙정부의 재정은 적자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어떻게든 메운다고 하지만 매칭예산 형식으로 사업비를 분담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대란은 진정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도 당장 지방 의료원들의 적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느냐"고 꼬집었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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