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DDA협상 국내 농업계 "치명타" 우려

'관세상한 설정' 가시화…EU 입장바꿔 美·수출개도국그룹에 동조<br>관세 감축으로 낮춰도 외국산과 경쟁 안돼<br>"日등과 관세상한 저지 공조" 불구 결과 미지수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이 우리 농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 국내 농업계가 다시 한번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DDA 농업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양대 세력인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관세상한 설정과 대폭적인 관세감축 등을 놓고 이견을 좁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본 등 농산물수입국그룹(G10)과 공동으로 관세상한 설정을 저지하기로 했지만 뜻대로 진행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오는 12월 홍콩 각료회의에서 DDA 농업협상의 세부원칙을 타결하고 이행계획서 제출과 국가별 국회비준 등의 절차를 거쳐 2008년께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가시화되는 관세상한 설정=관세상한은 최고 수준의 관세를 뜻하는 것. 100%가 관세상한으로 설정되면 WTO 회원국들은 모든 농축산물에 대한 관세를 100% 이하로 낮춰야 한다. 한마디로 수출국은 좋지만 수입국들은 사실상 농사를 포기해야 할 정도의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때문에 한국ㆍ일본 등 농산물 수입국들은 관세상한 설정에 강력하게 반발, 지난해 합의된 DDA 세부원칙(Modality) 기본골격에서는 관세상한 설정에 대해 추후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선에서 마무리를 지었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개최된 각종 DDA협상에서 관세상한 설정에 반대입장을 보이던 EU가 방향을 선회, 관세상한 설정을 주장하는 미국과 수출개도국그룹(G20)에 동조하면서 관세상한 설정의 실현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75%의 관세상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EU는 100%(선진국), 수출개도국그룹은 선진국 100%, 개도국 150%의 관세상한을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한 상태이다. ◇관세상한 설정시 국내 농업 큰 타격=우리나라는 현재 1,452개 농산물 품목 중 142개가 100% 이상의 고관세 품목에 해당된다. 고관세 품목에는 고추(270%), 참깨(630%), 마늘(360%), 감귤(144%) 등 우리 농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품목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설혹 관세상한이 설정되지 않더라도 미국과 EU 모두 고관세 품목에 대해서는 대폭적인 관세감축을 주장하고 있어 상당수가 타격을 받게 된다. 미국은 관세감축과 관련, 관세구간을 0~20%, 20~40%, 40~60%, 60% 이상 등 4개로 설정한 뒤 60% 이상의 고관세 구간에 대해서는 90%의 감축률을 적용하고 나머지 구간에 대해서도 60~80%의 관세감축률을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측 관세감축 공식이 받아들여진다면 관세상한이 설정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참깨의 관세율은 현행 630%에서 63%로, 고추는 270%에서 27%로 낮아져 값싼 외국 농산물과의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쌀 역시 협상 비준안이 처리되지 않아 관세화로 전환되면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본과 스위스ㆍ노르웨이 등 우리나라와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는 국가들과 공조해 쟁점별로 다각적인 협상을 벌여나갈 방침이다. 정부는 또 관세상한 설정 저지, 민감품목 수 확대, 관세감축 공식의 신축성 부여 등 주요 쟁점에 대해 협상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농림부의 한 통상관계자는 “쌀 협상 비준안이 신속하게 처리되지 않으면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DDA협상에서 협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을 설득해 유리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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