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80조 창구 막혀 「신용공황」 상태/어음시장 현장르포

◎어음 남아도는 기업에 웃돈주고 매수/거래은 4∼5개로 늘려 교부받기도기업들에 어음은 개인의 신용카드와 같다. 최근 은행들이 기업에 대한 어음책 교부를 꺼리거나 교부량을 줄이고 있으며 제2금융권에서는 어음거래 자체를 기피하고 있다. 이른바 기업들의 「신용공황」이다. 개인이 소지하고 있는 신용카드가 제역할을 못하게 되면 부지기수가 부도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다. 하물며 대규모 자금을 거래하는 기업들에 신용카드의 발급과 사용이 제한된다면 그 다음 상황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은행권에서는 부도설이 나도는 등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기업에 대한 어음교부량을 줄이고 있다. 제2금융권에서는 정부의 규제로 흠집투성이가 돼버린 어음의 할인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의 자금조달창구로 이용돼온 어음이 천덕꾸러기로 전락, 시장에서 내몰리고 있다. 기업들은 어음할인 등을 통해 자금시장에서 80조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해왔다. 최근 이 창구가 막히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쓸모가 없어지는 신용카드를 부러뜨려야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은행들은 최근 교환회부되는 거래기업 어음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실질적인 상거래용으로 사용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사용한 것인지를 파악, 어음교부량을 결정하고 있다. 어음을 자금융통용으로 방만하게 사용한 기업에 대해서는 어음교부량을 적정량에서 약 5∼10%가량 줄여나가고 있다는게 한 시중은행 당좌계 관계자의 말이다. 실질적인 상거래로만 어음을 사용케 하고 어음을 통한 자금융통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당좌거래은행을 1∼2개에서 4∼5개로 늘려 여러 은행에서 어음을 교부받고 있다. 자금난에 시달릴 것으로 감지된 거래기업의 어음사용량이 기존 당좌거래은행에서 보면 낮아지고 있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들은 최근 3개월동안의 평균 어음사용량에서 교환에 돌아오지 않은 미사용량을 차감해 적정어음교부량을 산정, 그 한도내에서 거래기업들에 어음을 교부한다. ○…지난 23일 강경식 부총리가 종금사와 할부금융사 사장들에게 어음할인을 한달이내로는 하지 말라고 종용함에 따라 종금사 어음할인시장은 더욱 썰렁해지고 있다. 어차피 자금사정이 어려운 기업에 대해서는 자금운용을 단기화시키는 것이 종금사 입장에서 리스크를 최소화시키는 방법인데 이를 정부가 강압적으로 장기화시키는 것은 결국 종금사들에 자금운용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게 뭐냐는 지적. 실제로 일부 종금사의 경우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에 대한 신규여신을 잠정적으로 보류한 상태이며 여타 종금사들도 당분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본 후에 신규여신 취급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 한 종금사 여신담당자는 『정부가 은감원내에 금융애로신고센터를 설치, 기업들에 신고토록 한 상황에서 어느 종금사가 어음할인을 해주려고 하겠느냐』며 『일부 우량대기업 발행어음을 제외하고는 가뜩이나 위축된 어음시장이 거의 마비상태에 이를 지경』이라고 정부의 미봉책을 성토. ○…금융시장에 「대란설」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제2금융권에 의류 등 계절에 민감한 업종을 지닌 일부 중견기업들이 7∼8월에 자금고갈로 도산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4월말까지만해도 이른바 「경기민감업종」에 대해 소규모로 어음할인을 해주었던 할부금융과 파이낸스 등은 최근엔 아예 할인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 기업들로서는 당장 7∼8월이면 경기불황에 휴가철까지 겹쳐 매출은 급감할 것이고 이에 대비 자금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 S할부금융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계절업종을 지닌 기업에 어음을 할인한다는 것은 지뢰밭에 뛰어드는 것과 같은 행위』라며 『이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대란은 아니더라도 7∼8월께에 계절업종을 지닌 일부 중견기업들이 추가 도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 제2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 재고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일종의 「재고금융」을 원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언. 기업들로선 비수기에 대비, 자금을 확보하는 것외에 6월반기결산을 앞두고 재고를 7월이후 되산다는 조건으로 금융기관에 양도함과 동시에 자금을 확보, 차입금을 상환하는 방법으로 「재고금융」을 택하고 있다는 것. 이 경우 결산에서 재고와 차입금이 줄어드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일부 계절업종을 지닌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이같은 의뢰를 자주 해오고 있다고. ○…금융시장 대란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동호은행연합회장과 시중은행장들이 26일 낮 서울시내 S음식점에 회동해 눈길. 은행장들은 이 자리를 정례모임이며 지난 주총에서 행장자리를 물러난 윤병철하나은행회장에 대한 송별연을 겸한 기념패 증정을 위해 모였다고 설명. 그러나 이 자리에서 최근의 금융권 상황에 대한 의견교환이 있었을 것으로 주위에서는 추측.<금융팀>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