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디지털 우체국

“우정총국(郵征總局)을 설립해 각 항구에 왕래하는 신서(信書)를 관판(管瓣)토록 하고 내지(內地) 우편도 점차 확장해 공사(公私)의 이익을 거두도록 하라.” 지난 1884년 고종이 동부승지 윤정구에게 내린 칙명이다. 이 칙명에 따라 우체국의 전신인 우정총국이 그해 설립됐다. 초기 우정(郵征)에서 ‘政’ 대신 ‘征’자를 쓴 점이 흥미롭다. 우편물이 배달되는 지역이 곧 영토라는 뜻을 담았으니 우편물을 멀리까지 배달함으로써 통치 영역을 확장하려 했던 의도를 짐작하게 한다. 고대 이집트와 중국의 주 왕조 때도 우편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로마제국은 멀리 떨어진 식민지의 총독들과 교신하기 위해 고대국가 중 가장 발달한 형태의 우편제도를 운영했다. 우리 역사에도 삼국사기 신라 본기에 “소지마립간 9년(487년) 사방에 우역(郵驛)을 두고 소사에 명하여 관도를 수리하게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소지마립간을 전후로 신라가 부족 연맹적인 국가 형태로부터 고대국가로 발전했던 점을 감안하면 우역제도가 중앙집권국가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건이었던 셈이다. 빨간 자전거를 타고 왔던 집배원 아저씨가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 그 분은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타 동네 소식도 전해주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끼게 했던 모두가 기다리는 전령사였다. 그러나 지금은 디지털 시대다. 집배원들은 이제 최첨단 디지털 기기인 PDA를 가지고 우편물을 배달한다. 국민들은 인터넷 우체국(e-POST)을 통해 안방에서 우체국 서비스를 이용한다. 새해 벽두에 어느 분이 ‘디지로그(Digilog) 시대’를 말했다.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를 결합시킨 신조어다. 우체국이 바로 그렇다. IT의 속성인 ‘빠름’과 과거 우편물이 지닌 ‘따듯함’을 함께 묶은 따뜻한 디지털 세상이 바로 우체국이다. 하루 10만명 이상의 이용자가 전국을 1~2일 배달권으로 묶은 택배 소포, 꽃 배달, 전자우편 서비스 등을 받고 있다. 또 전세계 지구촌을 1~3일로 묶은 국제 특송 서비스인 EMS는 접수에서부터 운송ㆍ배달되는 동안 실시간으로 그 흐름을 인터넷을 통해 알 수 있다. 새해에도 전국 각지에 있는 우체국과 4만5,000여명의 우정가족은 어려운 이웃 바로 그 옆자리에 있을 것이다. ‘따뜻한 디지털 세상’은 우정사업본부가 추구하는 ‘국민의 사랑 우정서비스’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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