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또다시 연기됐다.
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어 FTA 비준동의안에 대해 3번째 처리를 시도했으나 표결방식을 둘러싸고 논란을 빚으면서 끝내 무산됐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표결방식 이견으로 한 차례 정회한 뒤 4당 총무회담을 갖고 속개한 회의에서 “11일 농해수위를 소집해 경제부총리와 농림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농촌의 질적 향상을 위한 논의를 다시 하기로 했다”면서 “금주 중에 모든 협의와 노력을 마쳐달라” 말했다. 이에 따라 한ㆍ칠레 FTA 비준동의안은 내주 초 열리는 본회의에서 4번째 처리를 시도하게 됐다. 그러나 농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의 반발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정부와 농민들간의 협상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돼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17명의 의원들이 FTA비준안에 대해 3시간 가량이나 찬반토론을 벌이는 등 시작부터 처리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특히 찬성당론을 정한 열린우리당 안영근, 유시민, 임종석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야당 의원 14명은 반대논리를 이어가는 등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벌이기도 했다.
안영근 의원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중 FTA 미체결국은 몽골과 우리나라밖에 없으며 이번에 FTA 비준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수출시장 상실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통과를 촉구했다. 반면 한나라당 이규택 의원과 사흘째 단식농성중인 민주당 배기운 의원 등 농촌출신 의원들은 “농업대국 칠레와의 FTA는 농업을 파괴하고 우리민족의 생명줄을 팔아먹는 것에 불과한데 정부는 국민의 기만하는 농업지원 정책을 내놓고있다”며 비준반대 또는 유보를 주장했다.
한편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8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전국농민연대 소속 회원 1만5,000여명은 이날 국회 앞에서 비준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여의도 일대 교통이 하루 종일 큰 혼잡을 빚었다.
<임동석기자 freu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