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부 출범 직후 불거진 미국과 중국의 패권을 둘러싼 기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맞불 대응 식 통상 마찰을 시작된 양국의 갈등은 지난해 말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수면아래로 가라앉는 듯했으나 신년 들어 중국의 구글 검열 논란과 미국의 대만무기판매 결정, 달라이 라마 면담 문제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G2'의 갈등은 이달 말쯤으로 예상되는 달라이 라마의 미국 방문기간 중 버락 오마바 대통령의 면담이 성사될 경우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 맞서 'G2 협력시대'를 열어가자던 양국의 갈등 고조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적 협력과 공조에 차질이 빚어짐은 물론 북핵 문제와 지구온난화 해법 모색 등 여러 방면의 후유증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백악관은 2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면담할 것임을 강력 시사했다. 빌 버튼 부대변인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뉴햄프셔 방문을 수행하는 도중 대통령 전용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지도자들에게 '달라이 라마를 만나겠다'고 말한 바 있고, 또 그렇게 할 작정"이라고 말했다고 미 언론들이 일제히 전했다. 버튼 부대변인은 "달라이 라마는 국제적으로 존경 받는 종교, 문화 지도자"라며 "대통령은 그런 자격을 갖춘 달라이 라마를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올 들어 양국은 '할테면 해봐'라는 식의 공격에 '밀리면 끝장'이라며 맞불을 놓으면서 긴장은 점점 더 고조되는 양상이다. 미국이 최근 보인 일련의 대중국 정책은 금융 위기를 계기로 힘이 부쩍 세진 '중국 견제론'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백악관의 달라이 라마 면담 추진 확인은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에 대해 중국이 미국 기업 금수조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면담 만은 안 된다"며 경고한 지 단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이는 지난해 말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 방문 즈음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달라이 라마의 방미를 연기시킨 것과는 큰 대조를 보이는 행보다. 중국의 강경 대응 예고에 맞선 응수인 셈이다. 중국은 과거처럼 일방적 수세에 놓이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치는 양상이다. 미국의 대만 무기수출에 의표가 찔린 중국이 전례 없이 강력 대응을 다짐하고 있다. 베이징 지도부는 대만이 희망하는 전투기 등 공격용 무기는 제외됐다지만 '하나의 중국'을 인정한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한 것은 적대정책이나 다름없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중국이 미국 기업에 대한 금수 조치 등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예고한 것이나 달라이 라마 면담은 안 된다며 사전에 강력 경고한 것 등은 베이징의 기류를 짐작케 한다. 중국이 미국에 맞짱을 뜰 수 있는 배경은 역시 '돈의 힘'이다. 중국은 1조 달러 이상의 미국 국공채를 보유한 미 최대 채권국이다. 2020년까지 해마다 평균 8,000억 달러의 재정적자가 예상되는 미국은 중국이 미 재무부채권(TB)를 사주지 않는다면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취약점을 지니고 있다. 중국은 아직까지 보복을 예고만 했지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외교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달 말 강연차 미국을 방문하는 달라이 라마를 백악관으로 부른다면 양국관계는 일촉즉발의 위기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7년 10월 달라이 라마를 면담하자 외교부 명의의 유감 성명을 내놓았던 과거의 중국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비즈니스위크는 국제관계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 "오바마ㆍ달라이 라마 면담이 성사된다면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미국에 대해 반격을 개시할 것"이며 "보잉 등 대만에 무기를 판 미국 제조업체와 구글이 타킷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