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가구업계 "행정 부담 폭탄 버겁다" 한숨

■ 조달청, 내년부터 MAS 전자세금계산서 의무화


●업계는…
품목 1000~1500개 달해 계산서 반영 현실적 불가능
도입 시기 늦추거나 철회해야

●조달청은…
다른 업종도 준수 사항
허위계산서 적발 따라 투명성 확보 위해 불가피



가구업계가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다수공급자계약제도(MAS) 전자세금계산서 의무 발행에 따른 행정 부담 완화를 강력 요청하고 나섰다. "업계내 출혈경쟁을 조달청이 방치하는 상황에서 이를 의무화할 경우 행정 부담까지 더해져 버틸 수 없다"는 이유다.

하지만 조달청은 "전체 조달시장에서 가구업계의 비중이 5~6%에 불과한데다 투명성을 믿을 수 없어 절대 바꿔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퍼시스와 리바트가 허위 세금계산서를 제출했다가 적발된 사건의 후폭풍이 영세 가구업체를 강타하고 있는 것.

11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중소업체들은 MAS 전자세금계산서 의무 발행이 도입될 경우 민간 거래처의 협조를 얻기가 어려워 영세업체들의 행정부담이 배가될 수 밖에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모든 민간 납품처마다 전자세금명세서에 세부 품목별 거래내역을 일일이 기재해야 하는데 이러한 불편을 감수하려는 거래처가 거의 없다는 것. 특히 종합가구업체의 경우 한번 납품할 때 실제 품목이 많으면 1,000~1,500개에 달해 거래처가 이를 모두 세금계산서에 반영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행정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조달청의 주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영세업체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입 시기를 조금 늦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거래명세서를 정직하게 내왔던 몇몇 업체들의 경우는 불필요한 행정 부담 폭탄을 맞았다며 이 같은 조치를 아예 철회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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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가구업체 관계자는 "가구납품업체들이 세금명세서를 들고 무리한 요구를 계속할 경우 불필요한 마찰이나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때 나타나는 막대한 영업 지장을 조달청에서 책임질 수 있느냐"며 "우리는 한번도 거래가격을 부풀린 적이 없는데 적발된 일부 업체 때문에 전체 중소기업에 부담을 주는 것은 그야말로 행정 편의주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존처럼 '가구대' 등으로 전체 품목을 아우르는 단순한 형태의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여기에 세부 거래명세서를 첨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서울경인금속가구공업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영세 제조사가 많은 만큼 유통업자를 통하지 않고는 조달청에 직납품하기가 어려워 가격 부풀리기 현상이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조달청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작은 업체일수록 바뀌는 행정 제도를 따라가기 버겁다는 점을 감안해 적어도 1~2년 정도는 유예기간을 줬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이와 더불어 가구업계 관계자들은 허위 가격 제출 현상이 업계내 출혈경쟁을 조달청이 방치, 부추긴 결과라며 근본 원인부터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MAS 2단계 경쟁에서 최근 최저가경쟁방식 비중이 70%를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다량납품할인제도와 할인행사까지 성행하며 업계의 목을 죄고 있다는 것. 다량납품할인제도와 할인행사는 일정 금액과 기간을 기준으로 중기간 경쟁제품이라도 10% 이상 가격을 깎을 수 있는데 최근에는 20~30%까지 제살 깎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조달청은 이미 허위계산서 제출 사례가 적발된 만큼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MAS 전자세금계산서 의무 발행은 조달 가격 기준이 되는 민간 거래 가격을 허위로 부풀려 제출하는 사례를 막고자 기존에 거래명세서로 확인하던 품목별 거래 내역까지 강제적으로 세금계산서에 포함시킨 제도로 내년 1월부터 전업종에 걸쳐 실시된다.

조달청의 한 관계자는 "전자세금계산서 규정 관련 사항은 이미 감사원과 행정안전부에 보고된 데다 다른 업종은 모두 준수하는 사항을 가구업계만 유독 어긴다는 점에서 입장을 바꿀 수 없다"며 "가구업계가 먼저 투명해지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할인행사 관련, 조달청 관계자는 "다량납품할인 등은 사례가 많지 않은 데다 정부가 업체들의 자발적인 할인 행위까지 제한할 수는 없다"는 원칙을 되풀이했다. 조달청은 다만 그동안 획득과 유지에 과도한 비용이 들어간다고 지적돼온 조달 인증과 관련해서는 이달 안으로 업체들의 의견을 모두 반영한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품명 단위로 하나의 해당 인증만 있어도 조달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최대한 더는 쪽으로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며 "사실상 중소기업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 획기적인 개선안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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