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성장의 함정, 고용의 함정


최근 한국의 한 유력 대권주자가 경제 정책에 있어 고용률을 최우선 지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일자리 창출여력이 큰 서비스산업을 육성해 내수산업과 고용창출을 도모하겠다는 방안이다. 소득 불평등을 줄여 양극화의 흐름을 막으려면 일자리가 생겨야 한다. 그러나 현정권의 성장률 일변도의 정책이 고용 증가에 효과적이지 못했듯 고용률 증대라는 지표에 가려 경제 성장의 기반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지금 세계경제는 성장 만으로는 고용을 일으킬 수 없고 고용에 대한 집착만으로는 제대로 된 성장을 할 수 없다. 지금 세계경제가 필요한 것은 질적 성장이다. 지표로 나타나는 성장뿐 아니라 미래산업 기반조성, 고용창출, 소득분배 등 개인소득을 끌어올릴 수 있는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특정 지표를 중심으로 하는 것은 질적 성장을 제대로 측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질적 성장을 측정할 수 있는 여러 지표들을 균형감 있게 관리해야 한다. 서비스산업이 고도로 발전한 미국만 보더라도 생산역량이 튼튼하지 못해 성장이 저해되고 성장이 저해되면 결국 고용 증대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수년간 미국인들의 생활수준은 개인소득 감소로 급격히 하락했다. 미연방 통계자료에 따르면 경기침체가 시작한 지난 2007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물가인상분이 반영된 가계소득은 9.8% 줄었다. 공식적 인 경기침체기(2007년 12월-2009년 6월)에 3.2%가 하략한 반면 그 이후부터 올해 6월까지 6.6% 더 하락했다. 또 2007년 12월에 16.6주였던 평균 실업 기간이 2009년 24.1주로 늘어났고 그 이후부터 2011년 9월까지 60여년만에 최고인 40.5주까지 증가했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실업률이 적어도 오는 2015년까지는 7%이하로 떨어질 것 같지 않다. 세계 최강인 미국 경제가 왜 이렇게 고용창출을 못하고 높은 실업률에 허덕이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첫째 미국은 산업생산역량(Production Capacity)을 증대시키지 못했다. 아이폰ㆍ아이패드ㆍ트위터 같은 혁신 상품이 나와 미국인의 일상생활을 바꾸었지만 회사들은 생산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몰두해 해외에 생산기지를 만들었고 그 결과 미국에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생산기반은 정체 또는 퇴보했다. 지난 10년간의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1950년대 이후 어느 10년대보다 더 둔화됐다. 이와 함께 침체된 교육으로 야기된 숙련된 인력 부족은 생산역량 성장의 근본적인 저해요소가 됐다. 1970년대까지 미국은 교육에 있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약 30년 이상의 비교우위를 누렸다. 그러나 지금은 수학ㆍ과학 분야의 교육에 세계 48위이다. 미국의 많은 최고경영자들은 자사의 미국 공장보다 멕시코 공장에 숙련인력들이 많다고 주장한다. 간과하기 쉬운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은 1980년대 이후 많은 미국의 최고 인재들이 금융과 의료산업에 흡수돼 제조산업의 인력구조가 악화됐다. 특히 금융산업은 창업 혹은 혁신적인 제조업을 할 수 있는 인재들에게 비교할 수 없는 고액의 연봉을 제공함으로써 기업가 정신을 현격히 감소시켰다. 둘째로 혁신 침체 (Innovation Stagnation)를 들 수 있다. 미국 경제를 들어다 보면 경기침체를 겪을 때마다 새로운 산업의 활황으로 경기를 살렸다. 1870년대에는 철도건설, 1920년대는 자동차산업, 대공황시기에는 TV, 그리고 나일론의 발명ㆍ냉장고ㆍ세탁기의 대중화가 그것이다. 가장 가까운 1990년대에는 정보, 인터넷 등의 활황으로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정보산업의 혁신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로봇ㆍ신에너지 등 많은 산업에서는 변화 혁신의 속도가 여전히 느리다. 금융위기로 임한 침체, 유로존 채무위기 등 어두운 세계경제 여건에서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고용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산업의 혁신이 속도를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정치권은 당리당락 속에서 부채위기를 걱정하고 긴축을 논의 할 것이 아니라 민간 섹터에서 지출이 늘지 않는 만큼 새로운 산업의 혁신속도를 가속시키도록 과감히 공적 지출을 늘려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생산역량과 산업기반이 줄어드는 미국 경제에서 보았듯이 서비스산업 위주의 고용률 증대는 질적 성장을 가져오기 어렵다. 교육개혁, 생산역량 증대, 금융산업의 건전한 육성, 로봇,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등 신산업의 혁신적 발전이 병행돼야 한다. 실업률 못지않게 주택가격의 하락은 소비자들의 심리를 위축시켜 소비감소로 이어져 경제성장의 둔화와 고용감소를 가져온다. 고용률이라는 지표의 함정에 벗어나서 실물 경제의 흐름을 섬세히 관찰해 적시적기의 균형 있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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