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에 반대한 BBC 방송과 갈등을 빚어 왔던 영국 총리실이 전쟁 보도와 관련, 상습적으로 BBC 방송을 협박했다고 지난달 28일 사임한 그레그 다이크 전 BBC 사장이 1일 폭로했다.다이크 전 사장은 이날 BBC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앨러스테어 캠벨 당시 총리실 공보수석이 이라크전 기간 BBC 보도에 대해 사사건건 노골적인 불만을 담은 편지를 보내 BBC 경영진을 협박했다”고 말했다.
그는 협박 목적에 대해 “캠벨은 자신이 원하는 내용만 보도되도록 함으로써 여론을 유리하게 조정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다이크 전 사장은 또 캠벨 전 공보수석의 간섭에 참다 못해 작년 토니 블레어 총리 앞으로 직접 편지를 보내 항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항의 편지에서 “당신은 자신의 시각 위주로 보도되기를 원하겠지만 우리의 역할은 당신 뜻을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된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총리실 공보수석은 BBC의 보도내용에 간섭할 권한이 없음을 인식하기 바란다”고 썼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정보를 총리실이 조작했다는 BBC의 보도가 근거 없다는 결론을 내린 허튼 위원회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허튼 위원회가 “총리실의 언론탄압과 관련한 모든 증거를 철저히 무시했다”며 조사의 불공정성과 언론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총리실이 공영방송인 BBC를 상습적으로 협박했다는 다이크 전 사장의 주장은 허튼 위원회의 보고서 발표로 일단락됐던 총리실과 BBC의 대결에 또 다시 불을 지필 전망이다.
<정원수기자 nobleliaer@h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