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서울 생활 30년

알란 팀블릭 <인베스트코리아 단장>

[로터리] 서울 생활 30년 알란 팀블릭 알란 팀블릭 지난 77년 겨울 필자는 남대문 대우센터 지하에 있는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있었다. 당시 그 빌딩은 서울에 있는 최신식 건물 중 하나였고 서점 역시 여러 가지 외국서적을 보유하고 있는 아주 세련된 곳이었다. 그때는 모든 수입품이 사치품으로 간주되던 시기였는데 수입품을 산다는 것은 마치 별 볼일 없고 애국심도 없는 한국인이 부정한 방법으로 쌓은 부를 소비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때는 부자라고 하면 곧 정직하지 못한 사람으로 간주됐던 것 같다. 그 당시 우리 가족은 경치와 풍광이 수려한 한국을 여행하는 데 큰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혹시라도 여행 중에 비포장된 울퉁불퉁한 도로를 만나 차가 고장 난다든가 하는 위험을 미리 피하기 위해 지도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어디에선가 갑자기 완벽한 영어가 들려왔다. “혹시 100년 전에 당신 같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했는지 아십니까.”나를 깜짝 놀라게 한 사람은 서양식 셔츠와 넥타이를 매고 있는 중년의 신사였다. 필자는 그가 스스로 대답하기를 기다렸다. “당신을 묶어서 짐승처럼 우리에 가두곤 했답니다.” 듣기에 별로 유쾌하지 않은 말이었다. 묻지 않은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알아차린 후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지금 이 이야기를 떠올리는 이유는 지난 사반세기 동안 은자의 나라 한국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이제 외국인들의 투자에 호의적인 정책을 펴나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투자유치기관의 장으로 외국인을 선택했다. 게다가 외국인에 대한 태도는 더욱더 변해가고 있다. 이제는 필자 같은 사람이 서울에서 지하철을 탄다는 것이 더 이상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내지 않게 됐다. 마치 한국에서 외국인이 한국말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거리에서 한국말로 길을 물어보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게 여겨지게 됐다. 수백년간의 고립 이후 한국은 개방된 나라가 된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여전히 변화에 대한 저항이 남아 있고 경제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정경유착을 통해 재벌가문과 정치인이 과실을 나누던 좋았던(?)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제는 개혁과 평등의 발걸음을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특성 하나는 변하지 않았고 아마 앞으로도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바로 더 나아지고자 하는 의지이다. 그것이 교육, 기술적 성취, 상품의 품질 또는 단순히 정신적ㆍ경제적인 부 어느 것에 속하든 한국인들은 현재의 수준에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꿈이 있고 우리는 그 꿈을 이뤄야 하는 임무가 있는 것이다. 입력시간 : 2004-11-0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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