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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5월 27일] 유럽통화동맹 10주년을 맞으며

유럽통화동맹(EMU)이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10년 전만해도 전문가들은 유럽의 11개국이 통화를 통합하면 경제적 위기가 닥칠 것으로 내다봤지만 EMU는 이를 극복하고 무사히 현실에 정착했다. 지금 이제 전문가들은 유로가 달러를 제치고 세계의 기축통화로 등극할 수 있을지 토론하고 있다. 그간 EMU는 눈에 띄는 실적을 냈다. 지난 10년간 유로존의 평균 물가상승률은 고작 2% 수준이었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안정적이었다. 또 EMU는 애초의 기대치만큼 성공적이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내부 무역을 장려하고 금융통합을 추진해왔다. 지난 10년간 16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실업률 높은 유럽’이라는 오명을 씻어내기도 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고작 20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EMU의 사령부라고 할 수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은 통화와 관련해 보수적인 전망을 내면서도 실제 정책은 혁신적인 경향을 보여왔다. 15개국이 함께 하는 기구로서 필수적인 합의를 중시하는 의사결정 과정이나 언론 회견을 통한 정책설명 등도 효과적으로 이뤄졌다. ECB는 비록 초기에는 서투른 모습도 보였지만 신용 위기에도 잘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EMU에는 아직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다. 앞으로 신용위기가 EMU에 더 큰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유럽위원회(EC)가 10주년 기념 보고서에서 언급했듯 유로존의 관리체계에도 명백한 결함이 있는 게 사실이다. 유로존의 각 정부는 앞으로도 EMU와 호흡을 맞춰야 하므로 재정상의 원칙 및 구조조정에 대해 좀더 고민해야 한다. 또 유로존 바깥의 경제권과도 보다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 유럽의 경제기구들은 서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유로존의 정치인들은 EMU 출범 10주년 및 EMU의 성과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일부 인사들은 ECB가 지나치게 엄격한 통화정책으로 유로가 과대평가됐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성과를 이뤄왔다. EMU에 가입하지 않은 유럽연합(EU)의 다른 국가들도 끌어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영국이 정치적 마비상태로 인해 이 같은 문제에 대해 토론할 기회를 잃은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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