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피플 인 이슈] 한국계 기업인 손정의 日 소프트뱅크 회장

日대지진 상처 치유에 적극…경영인서 일약 '국민의 스타'로




재산 100억엔 통큰 기부
원전정책 거침없는 비판등
일본인들 마음 사로잡아
'사회 지도자'로 자리매김 "회사 이익 감안한 행보"
일부 부정적 시선도 있어
인기 지속 여부는 불투명
지난해 6월 하토야마(鳩山)정권 퇴진으로 정국 혼란에 휩싸인 일본에서 한 조사업체가 비즈니스맨들을 대상으로 일본 총리로 추대하고 싶은 경제인을 조사했다. 기라성 같은 일본의 경제학자와 경영인들을 제치고 1위에 오른 인물은 한국계 기업인 손정의(54) 소프트크 회장이었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 말 산업능률대학이 발표한 '사장이 뽑은 올해의 사장', 일본 대학생들이 뽑은 '최고의 사장' 등 손 회장은 온갖 조사에서 최고 경영인의 영예를 고스란히 거머쥐어 왔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일본인'이면서도 한국인의 성을 고수하는 '한국계'경영인 손 회장의 탁월한 경영능력은 폐쇄적인 일본인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빛을 발해 왔다. 하지만 손 회장이 일본사회에서 진정한 '존경'의 대상으로 재조명 받게 된 데는 지난달 일본열도를 강타한 대재앙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개인 자격으로 선뜻 내놓은 100억 엔의 성금, 무능한 정부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 원전 반대를 외치는 사회참여적 행보에 대지진으로 상처받은 일본인들은 열광하고 있다. 천부적인 경영능력으로 인정받은 '경영계의 신화' 손 회장은 이제 일본을 대표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이자 국민들을 열광시키는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합시다(야리마쇼우).' 일본에서 가장 많은 110만 명의 팔로어를 이끄는 손 회장이 트위터에서 가장 즐겨 쓰는 말이다. 무모할 정도의 목표와 번번히 세상을 놀라게 하는 과감한 결단,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점철된 그의 경영인생을 가장 잘 반영하는 한 마디라고 봐도 좋을 듯싶다. 지난 1981년 자본금 1억 엔과 2명의 아르바이트생을 데리고 소프트뱅크를 창업한 지 30년, 무수하게 되뇌었을 그의 "합시다"는 오늘날 소프트뱅크를 자본금 1,900억엔, 총자산 4조5,000억 엔에 달하는 일본의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한편으로 손 회장 자신을 일본사회에서 가장 인정받는 CEO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숱한 위기를 겪으면서도 번번히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성공을 일궈 온 그의 경영능력은 오랜 경기침체와 취업난으로 의기소침한 일본 젊은이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으로 비쳐진다. 지난 2월 한 연구소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국내 500대 기업 사장의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 손 회장은 인지도와 호감도, 능력 면에서 고루 3위권에 진입하며 종합 1위를 차지했다. 혁신성(47.6%)과 선견지명(42.2%), 풍부한 발상(33.9%) 등에서는 독보적인 지지를 얻었다. 95년 적자에 허덕이던 미국 야후에 대한 대규모 투자, IT거품 붕괴 이후의 위기를 딛고 감행한 2006년 보다폰재팬 인수, 지난 2008년 이래 아이폰의 일본 독점공급 등 동물적인 경영감각을 발휘한 그의 과감한 '승부수'와 그 결과는 성공을 꿈꾸는 일본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손정의 회장이 일본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한인 3세'라는 그의 꼬리표에 껄끄러운 시선을 보내왔던 일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지난달 대지진 이후의 일이다. 사상 최악의 재해로 만신창이가 된 일본에서 한달 여 동안 그가 보인 행보는 독보적이다. 손 회장은 자신의 개인재산 100억엔(1,300억 원 상당)에 더해 소프트뱅크에서 은퇴할 때까지 받게 될 임원 보수 전액을 지진 성금으로 전액 기부하겠다는 '통 큰' 결정으로 일본을 놀라게 했다. 일본 최고 부자로 뽑힌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이 대지진 후 내놓은 성금이 10억 엔이다. 돈의 많고 적음으로 성금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에 대한 일본사회의 평가가 한 단계 높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손 회장은 또 지진 고아에게는 만 18세까지 휴대전화 단말기를 무상대여하고 통신요금도 전액 면제해 주는 등 아픔 나누기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일본인들을 열광하게 한 것은 일본을 최악의 위기상황으로 몰고 온 현 정부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과 일본 원전정책 등 사회에 대한 참여정신을 발휘하며 여론을 주도하는 사회적 리더로서의 그의 모습이다. 그의 트위터에는 무능한 정부 관료들을 향한 직설적인 비난과 함께 일본 부흥을 위한 그의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의 에너지 정책을 바꾸기 위해 개인 재산 10억 엔을 들여 원자력발전을 대신할 자연에너지를 연구하는 연구 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밝혀 일본 사회를 또 한 번 놀라게 하기도 했다. 지난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원로 경영인 이나모리 가즈오(稲盛和夫) 일본항공 회장과 손 회장을 비교 분석한 기사에서 위기의 JAL 회장에 취임한 이나모리 회장의 애국자적 면모와 인간적인 깊이를 언급한 손 회장에 대해서는 "자신의 이익을 직선적으로 추구한다"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대지진 이후 보인 행보는 그의 면모를 단순히 탁월한 경영감각을 갖춘 '경영인'에서 일본의 미래를 이끌 '사회 지도자'로 새롭게 탄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손 회장에 대한 일본인들의 평가가 하나같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손 회장의 거액 기부가 소프트뱅크의 인기 상승과 그에 따른 회사 이익으로 이어질 것을 감안한 행동이었을 것이라는 식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지금과 같은 인기가 지속될 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지난 2000년 초까지 손 회장의 사업 성공을 '신화'로 추앙하던 일본 언론들이 벤처거품 붕괴 조짐과 함께 그를 '허왕(虛王)'으로 매도했듯, 지금의 과열된 인기가 언제 다시 부메랑이 되어 그의 턱밑을 겨누게 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대지진을 계기로 일본 내에서 부상한 '매뉴얼 사회'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와 변화에 대한 요구 만으로도 일본 사회가 '이단아' 손정의 회장의 행보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될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손 회장은 앞서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앞으로도 도전할 일이 많아서 일반 대기업처럼 '순항속도를 유지할'생각은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정보혁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 이 한 마디로 집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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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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