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함께했던 유엔사를 뒤로 하니 허전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군요." 판문점에서 무려 41년 동안 통역업무를 담당하던 유엔사 군사정전위(군정위)의 '산증인' 홍흥기(74)옹이 최근 은퇴했다. 홍옹은 지난달 30일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당시 희생된 보니파스 대위와 버렛 중위의 판문점 추모비와 지난 84년 소련 민간인을 쫓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북한군과의 교전에서 사망한 고 장명기 상병의 추모비를 찾아 참배하는 것으로 유엔사와의 인연을 마무리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홍옹은 60년부터 미8군에서 도서관 업무를 하다 66년 유엔사 군정위 통역관 활동을 시작했다. 판문점에서 열린 군정위 회의에 참석해 유엔군 측 대표들의 통역을 담당한 그는 68년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 미수사건을 비롯해 각종 무장공비 침투사건,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등 분단 현대사를 장식한 사건 뒤에서 묵묵히 활약해왔다. 판문점의 '산증인' 격인 그는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지만 때때로 북측이 위협적인 말을 하거나 남북간 언어 이질화로 통역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