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광둥성 광저우에서 열린 중국 최대의 무역박람회인 캔톤페어. 예년 같으면 해외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거렸지만 올해는 미국과 유럽 바이어들을 쉽게 찾아보기 힘들 만큼 한산하기만 했다. 산둥성 상무청 관계자는 "이번 박람회에 전기전자ㆍ기계 등 681개사가 참가했지만 이중 절반가량은 단 한 건의 주문실적도 올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 선진국 경기침체와 과도한 금융긴축의 영향으로 곳곳에서 경기둔화의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중국경제를 지탱해온 수출경기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으며 부동산발 경기둔화는 실물경기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여 세계경제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중국 정부는 당초 예상과 달리 해외시장의 연말 특수가 실종되면서 지난 9월부터 수출 주문량이 예년의 60% 수준으로 곤두박질치자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이 죽을 쑤면서 수출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 '핵겨울'이 도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저장성의 의류수출 업체인 한룽웨이얼의 친궈량 회장은 "연간 1,000만달러를 웃돌던 수출실적이 올해는 100만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소비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34%나 급증했던 자동차 판매량은 올해 5% 안팎의 성장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중 최대 성수기인 10월에는 자동차 판매가 12.9%나 감소해 업체마다 대대적인 할인경쟁에 나서고 있다. 제조업체들도 재고부담을 견디지 못해 앞다퉈 감산행렬에 뛰어들고 있다. 안산강철 등 철강 대기업들은 이미 용광로를 세웠으며 석유화학 업체들도 앞다퉈 에틸렌 감산에 들어갔다. 랑셴핑 홍콩 중문대 객좌교수는 "중국의 고속성장을 이끌어온 삼두마차인 소비ㆍ수출ㆍ투자 중 소비와 수출이 9월부터 눈에 띄게 위축되면서 중국경제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경기급강하 우려가 불거지면서 중국 정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또다시 대규모 재정부양책을 동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바이징밍 재정부 재정과학연구소 부소장은 "중국 정부가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다시 한번 대규모 재정자금 투입을 통한 성장유도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대규모 재정부양에 나설 경우 간신히 고삐를 잡은 물가가 다시 급등할 수 있는데다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온 투자 일변도의 성장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하고 있다. 이일형 국제통화기금(IMF) 중국대표는 "정부 주도의 투자확대는 단기간에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겠지만 애써 추진해온 내수 주도의 성장모델 전환이 힘들어지고 빈부격차를 확대하는 악순환이 초래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