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中 주택거래 '꽁꽁'… 거품붕괴 우려 커져

베이징지역 48%나 급감… 집값 상반기 대비 반토막도 속출

지난 10월 말 중국 상하이의 시 정부 민원실에 200여명의 시위대가 들이닥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들은 '너희는 도덕의 피가 흐르냐'라는 피켓을 들고 부동산개발업체인 녹지그룹에 아파트 가격 급락에 따른 보상을 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는 상하이 자딩구의 녹지밀라노아파트를 9월 말 ㎡당 1만5,500위안에 분양받았지만 최근 시세가 1만500위안까지 떨어지자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중국 부동산시장이 당국의 주택구매 제한, 부동산 대출규제 등의 여파로 거래가 꽁꽁 얼어붙고 집값이 몇 달 새 반토막 나는 등 거품 붕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부동산시장의 버블은 세계경제가 침체와 거품 붕괴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악역을 해왔다"며 "향후 중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가 현실화될 경우 그 파괴력은 상상을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중국 부동산시장이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9월까지만 해도 주택거래량만 줄어들었을 뿐 정부의 규제책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해 가격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10월 들어 미분양 적체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부동산개발업체들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대대적인 분양가 할인에 나서면서 주택 가격 급락의 도미노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베이징시의 경우 9~10월의 신규 및 기존 주택 거래량은 2만6,085가구로 전년 대비 48% 줄어들며 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택 재고물량도 9일까지 12만411가구에 달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2만가구를 넘어섰다. 중위안부동산중개업체의 장다웨이 시장연구팀장은 "신규 주택 공급이 완전히 끊긴다 해도 이 정도 재고를 소화하는 데는 최소한 22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신규 분양주택의 급락은 기존 주택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상반기 대비 가격이 반토막 난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베이징시 퉁저우구의 하이탕완 아파트단지는 지난 상반기에 ㎡당 3만위안을 호가했으나 현재는 1만5,000위안으로 떨어졌다. 장 연구팀장은 "최근의 주택 가격은 계단식 하락에서 벗어나 낭떠러지처럼 끝없이 폭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부동산시장이 냉각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아직까지 규제 완화책을 실시하겠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 부동산 규제 완화 시그널을 섣불리 보냈다가는 시장에 다시 투기심리를 조장해 가까스로 잡혀가고 있는 부동산 버블이 재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히려 3일 중국 남부 주하이시를 시범지역으로 선정해 주택구매 제한과 함께 주택 판매 가격까지 규제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책을 펼치고 있다. 베이징시 정부는 최근 재무상태 등 자격기준에 미달하거나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둥팡스타이 등 477개 부동산개발업체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극약처방을 단행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서서히 빠질지, 아니면 폭발해버릴지에 따라 세계경제는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경제성장을 좌우하는 고정투자 가운데 20%가 부동산 관련 투자이며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 중 30%가 부동산 관련 시장에서 소비될 만큼 부동산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때문에 중국 경제의 경착륙 여부도 전적으로 부동산시장의 동향에 달려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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