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혼돈의 멕시코를 가다] <하> 한국기업에 여전히 '기회의 땅'인가

"불안하지만 정국안정땐 엘도라도"<br>외국기업들 좌파 집권땐 투자중단 움직임속<br>국내기업 "美·중남미진출 교두보" 선점 경쟁<br>고율 수입관세·강성노조등 위험요소도 상존

멕시코 좌파 민주혁명당(PRD)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후보가 대선결과에 불복해 정부와의 정면대결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멕시코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혼미해지고 있다. 하지만 멕시코 시장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현지시장 선점을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열린 ‘2005 멕시코 한국상품전’에서 한국 기업인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행사개막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


멕시코시티 중심가에 위치한 쉐라톤 호텔. 10일 밤 9시50분(현지시각). 이 호텔 로비는 체크인을 위해 줄을 서 있는 한국의 비즈니스맨들로 장사진(長蛇陳)을 이루고 있다. 좌ㆍ우파가 극렬하게 대립하던 낮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이날 하루에만 서울 전자산업 시장 개척단과 시화무역진흥재단 2곳이 멕시코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제품바이어를 물색하기 위해 멕시코시티를 찾았다. 이번 무역상담을 실무진행하고 있는 멕시코시티 무역관의 안영주 차장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매달 2~3회 가량 시장개척단이 찾아오고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수시로 전시회가 열릴 정도로 한국기업들의 멕시코 진출이 쇄도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중남미경제의 맹주인 멕시코를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화무역진흥재단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이미 멕시코 완성차 시장에 진출한 미국의 빅3를 비롯해 일본의 도요타ㆍ닛산ㆍ혼다, 유럽의 폭스바겐 등의 바이어를 대상으로 자동차부품 수출상담을 하기 위해 왔다. 이날 저녁 늦게까지 안 차장이 설명하는 멕시코경제 현황과 시장동향을 듣고 있는 이들의 눈빛에는 뭔가 이루고 돌아갈 것이라는 굳은 결의가 엿보인다. 멕시코 대선결과에 불복해 좌파 민주혁명당(PRD)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후보가 정부와의 정면대결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PRD를 지지하는 민중들의 분노도 증폭되고 있는 등 멕시코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혼미하지만 경제는 큰 탈없이 돌아가고 있다. 멕시코에 진출한 대부분 해외 기업들이 지지하는 우파 국민행동당(PAN)의 펠리페 칼데론 후보가 승리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가 주장하는 대로 수개표가 실시되고 집권에 성공할 경우 신규투자 중단은 물론 투자자금을 멕시코에서 빼내 미국 소재 은행에 예치한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일부 외국인 투자기업은 연방선거재판소의 최종 당선결정이 내려지는 9월 이후로 모든 투자 프로젝트를 연기했으며, 좌파인 PRD가 집권할 경우에는 지역본부를 미국 마이애미나 브라질로 이전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처럼 멕시코의 불투명한 상황이 한국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대답은 하나같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SK건설의 주양규 멕시코 지사장은 “이번 대선결과가 번복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경제성장으로 원유정제와 발전설비 등 정부발주 대형 프로젝트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외기업들의 시장선점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이 취임하고 정국이 안정되면 위험천만했던 멕시코시장은 ‘엘도라도’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멕시코는 미국과 중남미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한국기업들이 선점해야 할 대상이다. LG전자의 윤태환 멕시코법인장은 “좌파가 대선결과를 뒤집으면 정국불안과 금융시장 혼란으로 위험이 따르는 만큼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브라질과 함께 중남미 2대 경제대국인 멕시코를 빠뜨리고서는 미국과 중남미 시장개척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멕시코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지 않아 고율의 수입관세를 물어야 하는 한국 제조기업으로서는 멕시코 생산공장을 통해 관세 부담 없이 미국과 중남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멕시코로 진출하는 한국기업들이 러시를 이루면서 한국과 멕시코간 교역도 확대일로에 있다. 지난 2003년 대 멕시코 수출금액은 24억5,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10% 증가했으며 2004년에는 29억9,000만달러(22% 증가), 2005년에는 37억9,000만달러(26.6% 증가) 등을 기록했고 올해 1ㆍ4분기에는 16억5,000만달러로 46.2%나 급증했다. 원유와 서비스산업은 강하지만 전통적으로 제조기반이 취약한 멕시코시장에서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은 단연 정보통신(IT)과 가전부문이다. 특히 멕시코 정부가 IT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고 경제성장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력도 향상되고 있어 정보통신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가장 많이 수출한 품목은 컬러TV로 9억6,000만달러를 수출했는데 이는 전년대비 96%나 급증한 것이다. 또 컴퓨터 부품이 1억9,500만달러로 2위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대비 99.6%나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멕시코시장 진출을 어렵게 하는 암초들이 곳곳에 남아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멕시코 도로에서 일본과 미국, 유럽 차들은 쉽게 볼 수 있지만 현대차는 보기 드물다. FTA가 체결되지 않아 고율관세를 물어야 하는 만큼 가격경쟁력에서 경쟁회사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타이어 등 자동차 연관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강성노조도 한국기업들의 진출을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SK건설의 주양규 지사장은 “멕시코 노조는 개별, 산업별, 지역별로 복잡하게 얽혀져 있어 한 곳에서 협상이 타결되어도 다른 노조와 또 협상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멕시코는 한국기업들에게는 기회의 땅인 동시에 위험이 뒤따르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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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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