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는 분명 위대한 스포츠다. 그러나 배팅은 즐기는 수준으로만 하라." 세계 경마계에서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는 미국 전직 기수 팻 데이(53)가 31일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경마는 돈을 따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즐기기 위해 작은 돈을 쓴다는 생각으로 경마를 즐겨라"고 한국 경마팬들에게 조언했다. 키 150㎝, 몸무게 45㎏의 데이는 현역 기수 시절 통산 8,803승을 올리고 2,830억원의 수득상금을 기록한 '작은 거인'. 트리플크라운 구성 경주에서만 9번을 우승하는 등 대업을 이룬 기수다. 데이는 기자회견에서 경마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경마팬들에 대해 조언하며 한때 술과 마약에 빠졌던 자신의 젊은 날을 회상했다. 데이는 "하루에 9번 기승해 8번을 우승해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고 그 허망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술과 마약을 시작했다"며 "경마든 술이든 자신이 중독됐다고 느낀다면 그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수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데이는 종교에 의지해 술과 마약을 이겨내고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51세까지 활동했다. 데이는 한국 기수들의 기승술에 대해 묻자 "기본기가 좋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면서 "그러나 해외에 더 많이 진출해야 더 좋은 기승술을 배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데이는 "한국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요인을 마칠기삼(馬七騎三)이라고들 한다는데 나는 말이 80%이고 기수가 20%라고 본다"며 "내가 화려한 기수생활을 했던 이유는 최고의 말을 탈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겸손해 했다. 데이는 지난 26일 입국해 강연 및 선교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2일에는 제주경주마목장을 방문, 지난 2000년 프리크닉스스테이크스를 함께 제패했던 정든 말 '커멘더블'을 만난 뒤 3일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