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들은 언제나 승리를 추구한다. 그러나 패배를 전혀 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리 잘 나가는 선수도 어느 정도의 패점은 피할 도리가 없다. 전성기의 이창호는 1988년에 승률 88퍼센트라는 놀라운 기록을 보였지만 75승10패였다. 10회의 패국은 어쩔수없었던 것이다. 프로는 패배를 크게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지는' 패배는 몹시 부끄러워한다. 그러한 패배는 무력감과 회의를 준다. 실수를 할 수도 있고 대마를 잡힐 수도 있지만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패한 바둑은 용서가 되지 않는다. 지금 김지석은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여 고민하고 있다. 정말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밀려버렸다. 반면으로도 모자란다. 던져야 마땅한데 던지기가 너무도 겸연쩍다. 게다가 김지석은 겸연쩍은 것에 너무도 서툰 사람이다. 흑95로 쳐들어간 것은 돌을 던질 빌미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튼튼한 토치카 안에서 어떤 변수를 찾아낼 수는 없는 일이다. 94는 가장 안전한 길로 가겠다는 뜻. 사실은 참고도1의 백1로 받아도 되지만 흑이 2로 움직이면 다소 신경이 쓰이므로 튼튼하게 둔 것이다. 김지석은 몇수 더 두어보다가 돌을 던졌다. 박정환은 십단전에 이어 천원전마저 우승하여 고소득자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참고도2는 돌을 던질 때까지의 최종 수순이다. 130수끝 백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