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11월 19일] '국가품질상'과 국가 경쟁력

지난 1987년 미국에서 ‘맬컴 볼드리지 국가품질상(MBNQA)’ 이 제정된 이래 선진 각국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품질경영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제품의 품질관리에서 한 단계 나아가 기업경영의 품질을 높이자는 품질경영활동은 이제 전세계적으로 경영혁신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럽도 미국을 벤치마킹해 1991년부터 유럽품질상을 제정, 품질 우수기업을 표창하고 있으며 일본도 일본경영품질상을 1996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품질경영은 세계적 트렌드 미국의 경우 품질경영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한 맬컴 볼드리지상 수상기업들의 주가수익률이 시장수익률(S&P500 기준)보다 한때 다섯 배를 웃돈 적도 있었다. 이 같은 결과는 기업이 단기적 재무성과 목표만을 위주로 하는 근시안적 경영에서 벗어나 고객ㆍ주주ㆍ종업원을 중시하는 다차원적이고 윤리적이며 시스템적인 품질경영을 수행할 때 장기적인 미래를 약속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이러한 품질경영활동이 지난 20여년간 지속적으로 수행되면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ㆍ서비스기업ㆍ교육기관ㆍ의료기관 등 전국가적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전체 산업의 토대 혹은 허리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러한 미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중소기업의 한 사례로 팔스 서든 서비스사를 들 수 있다. 팔스 서든 서비스사는 맥도날드ㆍ버거킹 등 세계 굴지의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와 경쟁하면서 차별화된 전략으로 성공한 회사다. 팔스 서든 서비스사는 특히 자동차를 탄 채 햄버거를 주문하는 고객들을 집중 공략했다. 즉 경쟁사들의 경우 고객이 창구에서 주문 후 픽업까지의 소요시간이 70초가량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30초 이내로 개선함으로써 이 시장에서의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게 됐다. 미국식 과학적 관리, 품질경영의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전역에 걸쳐 산간 오지까지 미치는 이러한 중소기업들의 풀뿌리 품질경쟁력이 지난 20여년간 미국 기업들 경쟁력 향상의 밑거름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또 이 같은 품질경영활동은 산업계뿐만 아니라 교육계ㆍ의료계ㆍ정부공공기관 등 전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들어 볼드리지 수상리스트는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로 채워지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도 있듯 교육기관이 품질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는 것 자체가 국가발전의 초석이 되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기업의 품질이 비교적 미시적이라면 교육의 품질은 국가의 앞날을 좌우하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품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교육기관ㆍ의료기관ㆍ정부기관도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품질인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선진국의 대부분 초우량 기업들은 품질경영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온 것으로 판단된다. 즉 벼락치기식의 일시적이고 홍보형ㆍ과시형 품질경영 노력이 아닌 수년간의 지속적인 개선과 내부역량 강화에 의한 경쟁력 제고로 초우량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 것이다. 기업발전·선진도약의 밑거름 맬컴 볼드리지상을 수상한 제록스사의 최고경영자인 데이비드 컨즈는 이 상에 도전하기로 결정한 직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맬컴 볼드리지상에 응모하는 이유 중 10%는 상을 타기 위해 시도하는 것이고 나머지 90%는 회사의 품질개선 노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받기 위한 것이다. 수상을 목적으로 일하지 말고 회사의 발전을 위해 품질경영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라”고 말이다 기업의 규모에 관계없이 전국적이고 지속적으로 전개해온 기업들의 품질경영활동은 미국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우리의 국가품질상도 우리 기업들ㆍ교육기관ㆍ공공기관ㆍ의료기관의 품질과 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를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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