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손자로 무려 57년간 바이로이트 축제의 총감독을 맡았던 볼프강 바그너(사진)가 사망했다. 향년 90세. 바이로이트축제재단은 22일 웹사이트에 올린 짤막한 부고를 통해 볼프강 바그너 전 감독이 전날 독일 남부 바이로이트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페터 엠머리히 재단 대변인 명의의 성명은 “볼프강 바그너는 할아버지(리하르트 바그너)의 유산에 전생애를 바쳤다”며 “그는 이제 세계 최장수 총감독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고 밝혔다. 딸 카타리나(32)는 “아버지가 평화롭게 잠을 자면서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지난 1919년 8월30일 바이로이트에서 태어난 볼프강 바그너는 1951년 형 비란트 바그너와 함께 바이로이트 축제의 공동 총감독에 올랐고 비란트가 사망한 1966년부터 단독 총감독을 맡아 2007년 사임할 때까지 57년간 바이로이트 축제를 이끌었다. 오랜 명성에도 불구하고 말년에는 후계자 선정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논란을 빚으며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리하르트 바그너가 1876년에 건립한 바이로이트축제극장에서 매년 여름에 열리는 바이로이트 축제는 일반인의 경우 오페라 입장권 한 장을 얻기 위해 8~10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의 대표적인 음악축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