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MB정권을 '중도정권'으로 규정하고 큰틀에서 동참하겠다고 밝힌 소설가 황석영씨를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진 교수는 14일 진보신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제가 아는 '황석영'이라는 분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의 집권을 막기 위해 시민단체들 그러 모아 비장하게 비상시국선언까지 했던 분"이라며 "그때는 이명박씨를 '부패연대세력'이라 부르며, 이명박의 집권을 막기 위해 반MB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제 기억에 그 움직임은 결국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게 가하는 사퇴의 압박이었던 것 같다"고 얘기를 꺼냈다.
그는 "오늘자 뉴스를 보니, 자신을 황석영이라 부르는 또 한 분이 나서서 이명박 정권이 실용적인 중도정권이라며, 그 정권을 적극 돕겠다고 한다"면서 "부패한 세력이 집권 1년 만에 자연치유되어 싱싱해졌다는 얘긴가. 아니면 이명박이 '부패'한 세력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치즈나 요구르트처럼 '발효'한 세력이었다는 얘긴가"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더 황당한 것은 아직도 진보세력이 '독재 타도'나 외치고 있다는 그의 비판"이라며 "2007년 대선 때 철지난 독재타도 외치던 사람은 바로 황석영씨였다. 그때 '비상시국회의'라는 단체의 결성식에서 황석영씨는 '척박한 독재의 동토에서 민주화를 위해 분투한 초심의 열정으로 다시 돌아가겠노'라고 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사돈 남 말 하고 계시니…"라면서 황씨를 비판했다.
그는 "기억력이 2초라는 금붕어도 아니고, 세상에 명색이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바로 얼마 전에 자신이 했던 언행을 까맣게 잊어버릴 수 있을까"라고 묻고 "욕도 웬만해야 하는 거지, 이 정도의 극적인 변신이라면 욕할 가치도 없다. 그러니 그냥 웃고 넘어간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을 특별수행하고 있는 황씨는 13일(현지 시간) 카자흐스탄에서 "(현 정부에) 큰 틀에서 동참해 가도록 노력하겠다"며 "(진보 측으로부터) 욕먹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날 카자흐 수도인 아스타나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만나 "일각에서 현 정권을 보수우익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스스로는 중도실용 정권이라고 한다"며 "이 대통령이 중도적 생각을 뚜렷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나는 봤다"고 말했다.
황씨는 그 이유에 대해 "파이를 키워 하부에 나눠 주자는 게 보수고, 진보는 (상부가) 더 내놓으라는 식이었지만 현재 구미 좌파들은 많이 달라졌다"며 "전 세계가 비정규직과 청년 실업문제에 직면해 있고 생산관계도 바뀌어 고전적 이론 틀로는 안 된다. 아래서부터 파이를 키우자는 식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민주노동당도 비정규직 문제나 외국인 근로자 문제까지는 못 나가고 그저 노조 정도에서 멈춰 있다"며 "좌파는 리버럴해야 하는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억압당했던 관행이 남아 있는 것 같다"면서 진보진영에 충고를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