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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 훈련 파트너 '행운의 금메달'

‘그린의 남자’ 블레이크 행운의 금메달

“아”하는 거대한 탄식이 동시에 대구스타디움을 뒤덮었다. ‘번개’ 우사인 볼트(25ㆍ자메이카)의 독주를 목격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4만여 구름 관중은 일순간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세계기록(9초58) 보유자인 볼트는 28일 열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 부정출발로 실격했다. 준결선에서 10초05의 기록을 내 결선 5레인에 선 볼트는 특유의 익살스러운 동작으로 질주를 준비했다. 리듬을 타면서 얼굴을 매만지고 고개를 끄덕일 때만 해도 실격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실격을 알아차린 볼트는 상의를 벗어던지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고개를 숙이고 웃통을 벗은 채로 스타트 지점 주변을 맴돌며 후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개정인가 개악인가=부정출발은 종전의 경우 한 차례까지 용인됐지만 지난해 1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바뀐 규정이 적용되면서 ‘무조건 실격’으로 엄격해졌다. 이번 대회는 새 규정이 적용된 첫 세계선수권이다. 볼트에 앞서 남자 100m의 김국영(안양시청) 등 5명이 실격의 아픔을 맛봤다. 볼트는 경기장을 빠져나가며 취재진에게 “내가 눈물을 보이기를 원하나? 나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육상계 최고스타마저 규정 개정의 희생양이 되면서 새 규정에 대한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동메달을 딴 킴 콜린스(세인트 키츠 앤드 네비스)는 “볼트가 뛰었다면 나는 메달을 못 땄을 것이다. 바뀐 규정은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키 196㎝로 스프린터치고 굉장한 장신인 볼트는 비교적 늦은 스타트가 유일한 약점이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스타트 훈련에 매달린 볼트는 가장 중요한 결선에서 스타트의 압박감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100m 3연속 메이저대회 금메달 획득이 물거품이 된 볼트는 다음달 3일 열리는 200m와 4일 벌어지는 400m 계주에서 나선다. 충격을 받은 볼트가 제대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행운의 금메달은 훈련 파트너에게=볼트가 황당하게 주저앉은 사이 자메이카 대표팀의 막내이자 볼트의 훈련 파트너인 요한 블레이크(22)가 행운의 금메달을 땄다. 블레이크는 9초92의 올 시즌 개인 최고기록을 내며 월터 딕스(미국ㆍ10초08)와 콜린스(10초09)를 따돌렸다. 지난해 세운 9초89가 개인 최고기록인 블레이크는 지난 27일 모리스 그린(미국)이 꼽은 우승 후보로 화제를 모았다. 2001년까지 세계선수권 3연패를 달성한 그린은 “볼트는 허리와 아킬레스건 부상 후유증으로 훈련을 제대로 못했다. 블레이크가 우승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그린이 이 말을 할 때만 해도 귀담아 듣는 사람은 얼마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적중한 셈이 됐다. 준결선에서 9초95를 찍어 전체 1위로 결선에 오른 블레이크는 교과서적인 주법과 막내의 패기를 앞세워 처음으로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단단히 큰일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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