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살리기 법안」 사장 위기/6월 임시국회 개원 불투명

◎여야 당리당략으로 합의점 못찾아/재계 구조조정 관련 법안 많아 경영계획 수립에 차질/대선의식 “무리할 이유없다” 소극적민생국회가 실종될 위기에 놓였다. 6월 임시국회가 여야간 당리당략에 휘말려 12일 현재 개원조차 불투명한 상태여서 금융실명제 대체입법과 자금세탁방지법 제정, 은행법·조세감면규제법 개정안 등 총 2백50여개에 이르는 각종 민생법안이 낮잠을 자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당초 영수회담까지 열어 경제살리기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이를 위해 이달초 여야 합의로 임시국회를 열어 이들 법안을 최대한 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치권은 정치개혁 입법 등을 처리할 특위구성문제와 대선자금 공세에 따른 당리당략으로 이날 현재까지 임시국회 소집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못한 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신한국당은 오는 7월21일 대권후보 결정을 앞두고 있어 이번 6월 임시국회가 민생현안을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국회로 기대를 모았다. 신한국당과 정부는 임시국회 일정이 이날 현재까지 잡히지 않게 된 원인이 야당측의 정치공세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내심 표를 의식해 손해볼 소지가 있는 법안처리를 위해 무리할 이유가 없다는 식의 소극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재계는 정치권이 이런 저런 핑계를 내세워 임시국회를 무산시킬 경우 경제살리기에 한시가 급한 각종 민생법안들이 사장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하고, 정치권의 이같은 행위는 중대한 직무유기이자 국민에 대한 기만행위나 다름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당◁ ○…임시국회 개원 협상을 벌이고 있는 신한국당은 국정조사권 발동, 청문회 등 자민련측이 요구하고 있는 사항 뿐만 아니라 야권이 공동으로 주장하는 국회 고비용 정치구조 개선특위의 여야 동수구성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론을 되풀이. 신한국당 박희태 원내총무는 12일 당직자회의에서 야당이 대선자금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청와대에 보내기로 한 것에 대해 『공개질의는 국회법상 국회의장을 통해야 한다』며 『대선자금문제는 대통령이 5월30일 대국민담화를 밝혔는데도 야당이 이런 공세를 하는 것은 정략적이다』고 비난. ▷야당◁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이달에 임시국회를 열어 돈 안드는 선거법 개정과 각종 민생법안을 국회에서 다루자는 입장이다. 특히 야권은 하루라도 빨리 임시국회를 소집, 최근 문제가 되고있는 대선자금 규명은 물론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과 자금세탁방지법 제정, 조세감면규제법과 주민등록법 개정 등 산적한 민생법안을 심도있게 처리하자는 것. 야권 지도부는 그러나 『신한국당은 한보사태와 대선자금 파문으로 국정혼란을 초래한 김영삼 정권의 인기가 바닥인데다 오는 7월21일 경선을 앞두고 대권싸움에 혈안이 돼 임시국회를 기피하고 있어 국회가 장기간 개점 휴업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6월 임시국회 문제에 대해 『행정부쪽에서는 많은 법안통과를 위해 반드시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야당이 임시국회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여야동수 구성은 신한국당이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여권이 여야 동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은 확고하며 정치개혁의 수혜자인 야당이 결국 임시국회에 응할 것으로 본다』고 말해 「버티기 작전」으로 야당을 국회로 끌어들인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음을 시사. ▷재경원◁ ○…재정경제원은 여야간의 대치로 임시국회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공들여 마련해논 각종 개혁입법이 일거에 무산될 소지가 커졌다며 우려하는 모습. 특히 최근 논란을 벌이고 있는 한은독립 및 금융감독체제 개편방안과 금융실명제 보완입법은 정치권의 타산에 밀려 실행 자체가 어렵게 되지않겠느냐는 관측이 강력히 대두. 재경원이 이번 임시국회에 제출할 예정으로 경제장관회의 등 상정절차를 진행중인 법률안은 금융실명제보완에 따른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과 자금세탁방지법 등 14개. 또 한은독립 및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따라 한은법, 금융감독위원회법(가칭), 은행법을 개정해야 하고 부수되는 관련입법도 30여개를 한꺼번에 고쳐야 하는 실정. 재경원 관계자는 『각당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에 2주일이 필요하므로 임시국회가 최소한 4주일간은 열려야 정상적인 법률안 심의가 가능하다』면서 『오는 7월21일 신한국당 대선주자가 선출되므로 내주중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을 경우 현재로선 법률안 심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재계◁ ○…재계는 임시국회 일정이 합의되지 않아 경제관련 법안들이 대거 계류되자 경영계획 수립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계류중인 법안가운데 민자유치촉진법, 벤처기업육성을 위한 특별조치법, 소프트웨어 촉진법, 공기업민영화 특별법 등은 구조조정을 위해 조기 입법이 시급한 법률안이라고 재계는 지적하고 있다. 또 경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은행소유구조 개편과 관련된 금융개혁법안과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등도 국회처리가 불확실해져 기업들이 이 법안들과 관련된 신규사업 계획을 중도 포기해야 할지 계속 대기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다.<정경·산업부> ◎처리할 법안 얼마나 되나/금융개혁 관련 은행법 등 2백50여건 달해 12일 현재 국회에 제출돼 계류되어 있는 법안은 정부제출 35건과 의원입법 1백39건으로 총 1백74건이다. 여기다 법제처가 심의중인 법안과 재경원쪽에서 법안을 만들고 있는 금융개혁 중장기 과제 관련 40여건까지 합칠 경우 2백50여건 이상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돼야 할 법안이다. 만약 이번 임시국회 회기를 30일로 충분히 연다고 해도 휴일없이 매일 8건 이상씩 처리해야 하며 여야가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임시국회 소집을 계속 지연시키면 정치권이 민생안정과 경제개혁을 볼모로 삼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 계류중인 법안에는 「상수원 수질관리개선특별조치법」, 「토지관리 및 지역균형개발특별회계법 개정안」, 「지방세법개정안」 등 시급한 민생관련 법안들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자금세탁법」 등 경제생활과 밀접한 법안들이 어느 때보다 많은 실정이다. 여야가 국회 소집을 미루는 것 못지 않게 정부측의 늑장도 이번 임시국회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실제 재경원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법안중에서 국무회의를 통과, 법제처 심사가 완료된 법안은 「정부투자기관관리 기본법」과 「한국주택은행법」 등 2개 법안에 불과하고 나머지 12개 법안의 경우는 경제장관회의만 거쳤고 현재 국무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금융실명제 관련 법안과 금융개혁 단기과제를 포함해 「조세감면규제법」, 「여신전문금융업법」, 「금융기관부실자산 등의 효율적 처리에 관한 법률」, 「사회간접자본시설에 관한 민간자본 유치법」 등 경제생활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굵직굵직한 법률이 들어있다. 이들 법안은 국회를 개원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것임에도 불구, 아직까지 법안 자체도 만들어지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국회 사무처 직원들은 결국 이들 법안이 임시국회에 처리되지 못하고 계류되거나 무더기 졸속 통과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여기다 지난 3일 금융개혁위원회의 최종보고를 통해 확정된 금융개혁중장기과제 관련법안인 「한은법」, 「은행법」 등은 아직까지 관련 부처인 재경원·한국은행간의 입장차이 때문에 법안의 핵심조차 잡지못하고 있어 결국 임시국회를 개원하고 나서야 법안이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온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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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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