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노사정이 비정규직법 처리를 놓고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 안팎에 비정규직과 관련한 `괴담'들이 떠돌아 관계자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26일 노동계에 따르면 비정규직법이 정부안대로 기간제 근로자(임시ㆍ계약직)의 사용 기간을 제한하는 방식을 선택할 경우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정규직이 아닌임시직으로 채용하는 관행이 전반적으로 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임시ㆍ계약직 고용기간을 3년으로 제한하고 초과시 부당한 해고를 하지 않도록하자는 정부안이 통과되면 기업들이 3년 이내에는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어 신입사원도 임시직으로 1∼2년 근무토록 한 뒤 정규직 전환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임시ㆍ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기간 제한만으로는 마구잡이 고용을 막을 수 없다며 불가피한 경우만 사용할 수 있도록 `사유 제한'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 엄현택 근로기준국장은 "현재도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과 계약직 채용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며 "우수 인력 확보 차원에서 정규직으로 채용하는기업들이 이 법안 영향으로 계약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아울러 "기간제 근로자 사용사유를 제한할 경우는 기존 기간제의 외주 용역화나 기업들의 고용 위축현상 등 부작용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노동계가 주장하는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 명문화가 수용될 경우는 제조업 생산 현장에서 자동화와 세부 업무 매뉴얼 등으로 경력자와 신참간 구별이 없어져 위계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민주노총 주진우 미조직비정규사업실장은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대법원판례에도 동일한 기능과 능력 뿐 아니라 근속 연수나 학력, 숙련도 등을 종합적으로고려해서 판단하고 있다"면서 "수십년 경력직이나 신입사원이 똑같은 임금을 받게될 것이라는 것은 지나치게 현실을 단순화한 발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일가치 동일임금을 적용하고 있는 외국에서도 근속연수에 대한 일정한차이를 인정하고 있다"면서 "시장 충격을 주지 않고도 이를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얼마든지 있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법 협상과정에서 떠도는 이런 우려들이 개연성은 있지만 상대방의 주장을 깎아내리기 위해 극단적인 표현을 동원한 `괴담'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조준모 숭실대 교수(경제학)는 "노사정의 비정규직협상이 지나치게 명분에 치우쳐 내용보다 상징성을 추구하는 정치적 타협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면서 "노동시장에 미칠 실질적인 영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유연하게 법안 내용을 정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