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생보사인 AIG생명이 방카슈랑스 제휴은행에 신계약비의 90%에 가까운 모집수수료를 제공해 물의를 빚고 있다. 대형생보사들이 은행에 제공하는 수수료의 상한선을 신계약비의 75%, 중소형사들도 80% 전후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음을 감안하면 AIG생명의 이 같은 제안은 덤핑경쟁을 촉발해 시장질서를 어지럽힐 것이라며 경쟁업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카슈랑스(은행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보험사들의 은행 등 금융기관 유치경쟁이 격화되고 있는데, 미국계 생보사인 AIG생명은 제휴 은행에 신계약비 87~90% 가량의 모집수수료를 제공하겠다고 나서 출혈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모집수수료란 보험사가 상품을 판매한 설계사나 대리점에 지급하는 계약수당으로 보통 생보사가 설계사나 전속대리점에는 신계약비 60% 안팎의 모집수수료를 제공하고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들은 AIG생명이 90%에 달하는 모집수수료를 은행에 약속한 것은 사업비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대부분 은행에 주겠다는 것이라며 종국에는 보험사의 부실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계약자 입장에서도 보험사가 이렇게 많은 수수료를 은행에 제공하고 어느 정도 수익을 남길 수 있다면 은행에 대한 수수료를 다소 줄이는 대신 보험료를 인하해 계약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옳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생보사 관계자는 “특히 우려되는 것은 AIG생명이 제휴은행에 너무 많은 수수료 제공을 약속해 다른 보험사와 은행간의 수수료 협상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라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욕심이 방카슈랑스 도입 취지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11개 은행과 4개 증권사 등 보험사중 가장 많은 곳과 제휴를 맺은 AIG생명의 비결이 바로 이 수수료였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AIG생명 관계자는 “우리가 제안한 수수료가 다소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손해보는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시장 선점을 위해 다소 공격적인 전략을 쓰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신계약비:보험사가 모집수수료, 광고비 등 신규계약을 맺을 때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계약자들의 보험료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연금보험 기준으로 월 보험료의 550%가 신계약비로 책정된다.
<박태준기자 june@sed.co.kr>